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단독 회담을 갖고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의 3가지 사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홍 대표는 한·미동맹 강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임명 철회, 대통령 개헌안 철회 등 8대 요구 사항을 내놓았다. 특별한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11개월 만에 청와대와 제1야당 대표 회담이 이뤄진 것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홍 대표에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지만,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초당적 협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홍 대표는 “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단계적 북핵 폐기 방안’과 같이 과거 북한의 거짓말에 속은 회담을 반복하지 말고 북핵을 일괄 폐기하도록 하는 회담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홍 대표가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리비아식 핵 폐기가 돼야 한다”고 구체적인 요구를 내거는 등 ‘일괄 폐기’ 논리를 펼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고 “잘 알겠다”고만 답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반부터 1시간 20분 동안 홍 대표와 대화를 하면서 45분가량을 다양한 논리를 들어가며 “남북대화를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며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지적하는 예전의 회담과는 다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라며 이번 회담의 차별성을 강조했고, “정상회담이 야당의 지지율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정무적 차원의 설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홍 대표는 “우리가 회담에 반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대통령께서 위험한 도박을 하고 계시는데, 국가 운명을 좌우할 기회인 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홍 대표는 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임명 철회 △대통령 개헌안의 철회 △야당에 대한 정치 보복성 수사 중단 △경제 파탄의 책임자인 홍장표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해임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요구도 했다. 김 원장의 거취 문제는 1분 정도만 논의됐다고 참석자들이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대표의 임명 철회 요청에 문 대통령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제가 받은 느낌은 김 원장을 집에 보내려는 게 아닌가,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와의 회담에 앞서 오전 김 원장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김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행위가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있을 경우 위법이 없더라도 김 원장의 도덕성이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사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원장의 외유가) 당시 국회 관행이었다면 야당의 비판과 해임 요구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의 어려움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 있을 것이다. 주로 해당 분야의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라며 “한편으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일수록 비판과 저항이 두렵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회담은 12일 오후 3시경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홍 대표의 비서실장인 강효상 의원에게 연락한 지 23시간 만에 갑자기 이뤄졌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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