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제=신수용 대기자] 세종시를 비롯 충청권 곳곳이 개발되면서 법적분쟁이 급증하는 가운데 최근 충청권에 사는 땅주인의 부인 A씨. A씨의 남편은 1998년 농지를 취득한 후 농지관련법 위반 문제가 발생하자 잘아는 B씨의 남편 이름을 빌려 소유권을 등기했다. A씨의 남편은 세종시의 행정수도 건설등 충청권의 부동산 붐이 한참일 때인 2009년 사망했다.그가 사망하자 부인인 A씨가 이를 상속받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 2012년 A씨 남편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소유권 등기를 한 B씨의 남편까지 사망했다. A씨와 B씨는 남편들이 타계하자 차명으로 등기된 이 땅의 소유권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그러자 A씨가 B씨를 상대로 명의신탁된 농지의 소유권 등기를 이전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앞선 1· 2심 재판부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3심인 대법원으로 올라간 이사건. 대법원은 이를 놓고 A,B씨중에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 까. 기존의 판례대로라면 대법원이 지난 2002년 부동산 명의신탁 인정해 A씨측이 실제 소유주여야 했다.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전국 부동산업계에서 17년 만에 다시 내릴 대법원의 해석에 관심이 쏠렸다. 법조계와 부동산 업계는 기존의 판례를 유지할 지, 변경될지 여부에 시선이 몰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가 20일 오후 내린 판결은 기존의 판례를 유지, 타인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하는 이른바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은 종전처럼 실제 부동산 소유주에 있다고 해석했다. 즉,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등기한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명의수탁자)이 아닌 실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명의신탁자)에게 있다는 것이다.때문에 부동산 명의신탁자 A씨가 명의수탁자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부동산 명의신탁을 민법상의 `불법원인급여`로 볼 수 있는지였다. 일반인에게는 좀 생소한 법률용어인 불법원인급여란 도박이나 밀수 등 불법행위에 쓰이는 사실을 알고 자금을 빌려주는 일처럼 범죄를 위해 재산이나 노동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불법 또는 범죄일 때는 채권자가 꿔준 돈에 대해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채무자도 갚을 의무가 없다. 때문에 부동산 명의신탁이 불법원인급여로 인정된다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는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재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등 9명의 대법관은 다수의견으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했단 이유만으로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불법원인급여로 인정해 부동산에 관한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관념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협조한 명의수탁자의 불법성도 작지 않은데 불법원인급여 규정을 적용해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귀속시키는 일도 정의 관념에 부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명의신탁을 금지하겠다고 명의신탁자의 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는 없다"며 "부동산실명법을 제정한 입법자의 의사도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전출신인 김상환(53·20기),박상옥(62·11기), 조희대(62·13기), 김선수(58·17기) 대법관은 "부동산명의신탁을 근절하기 위한 사법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 대법관들은 "기존 판례에 따라 유효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명의신탁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부동산실명법이 제정돼 시행됐는데도 대법원은 계속해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신탁 부동산에 관한 반환청구 등의 권리행사를 대부분 받아들였고 그 결과 여전히 명의신탁약정은 횡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의신탁의 불법성에 대한 공통의 인식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불법원인급여를 통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동산실명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어서 이를 적용하는 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2년 9월 전합 판결을 통해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했다. 이후 학계 등에선 "불법을 저질러놓고선 이러한 행위가 무효라며 부동산 소유권을 되찾겠다고 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판례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2월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들었다. 당시 원고 A씨 측은 "헌법상 재산권과 사적자치 원칙이 보장돼 있고,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벌금 등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은 원 소유자에게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충청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유사한 소송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소송관계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