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안드로이드 핸드폰에서 사용 가능한 앱들입니다. 12개의 앱 중에 몇 개나 사용하고 계시나요. 저도 꽤나 어얼리 어댑터라 많은 앱을 사용하고 있지만 위 12가지를 전부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지난 달 23일, 대학 동기 단체카톡방에 위 앱에 대한 사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동기가 나타났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입니다. 강 부장은 4주간 재판이 쉬는 휴정기 동안 동기생들이 원하면 위 12가지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강의할 테니 신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강 부장이 컴퓨터에 도사라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막상 이런 강의 공지가 뜨니 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단, 조건은 수강생이 10명이 넘어야 하고, 강의할 장소를 누군가 제공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문득 신청자가 너무 적어 강 부장이 머쓱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하루가 지난 7월 24일 오후 1시경 아직 장소 제공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8명이 신청을 하였습니다. 강 부장의 체면을 세워 줄 10명은 넘을 것 같았습니다.
저는 강 부장의 서포터즈 겸 치어리더를 자청하였습니다. 10여 명 정도면 강의장으로 사무실을 제공하겠다고 카톡방에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입니까? 7월 24일 밤 9시경 신청자가 1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저는 당황하였습니다. 그저 10명 정도 신청하면 저희 사무실에서 오손도손 친목 도모 겸 강의를 들을 생각이었는데, 18명은 저희 사무실 수용 인원을 넘는 인원입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못한다고 발을 뺄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일단 신청자를 대상으로 8월 6일과 8월 8일 두 날짜를 강의일로 투표를 한 결과 8월 8일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7월 25일 오후 1시 신청자는 20명까지 늘었습니다. 저는 대안을 찾아야 했습니다. 인근에 적당한 강의실을 찾아보니 COZY라는 공유 강의실이 있어 일단 30명짜리 방을 예약했습니다. 현재 신청자가 20명이라 30명 방이면 충분할 듯했습니다.
그런데 강 부장 강의를 듣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더니 신청자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7월 27일 23명, 7월 28일 25명. 7월 30일에는 드디어 이런 댓글까지 달렸습니다. "친구들 열공 분위기에 일손이 안 잡히네. 26. 권OO 참석합니다."
저는 슬그머니 불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강의일 8월 8일까지는 9일이나 남아 있는데 벌써 26명이면 30인용 방으로는 어림도 없는 상황일 것 같았습니다. 큰 방을 잡아야 했습니다. 저는 현장을 방문하여 결국 40인용 방으로 변경하였습니다.
10명을 예상하였던 강 부장의 강의가 이제 30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7월 31일 30번째 신청자가 단체카톡방에 등장하였습니다. 저는 준비를 위해 8월 1일까지를 신청 마감일로 고지하였습니다.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면 10일의 신청 기간이 주어진 셈이니 충분하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친구들이 30여 명 모인다고 하니 공부도 공부지만 친구 볼 생각에 추가 신청자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신청 마감일 8월 1일을 하루 넘겨 2명이 추가신청이 가능한지 물어왔습니다. 왜 안 되겠습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요.
결국 8월 5일 35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저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의를 사흘 앞두고 있으니 더 추가 신청이 있으랴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폭염을 생각하니 35명이 40인용 방에서 한 시간 이상 공부하는 것은 불편할 듯하여 다시 큰 방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마침 55인용 방이 비어 있어 비용은 좀 올랐지만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게 그 방을 예약하였습니다. 이제는 좀 느긋해졌습니다. 55인용을 35명이 쓰면 시원하게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돌발변수가 생겼습니다. 8월 6일 강 부장이 어느 다른 모임에서 같은 내용의 강의를 하였는데 강의를 듣지 못한 서너 분이 8월 8일 우리 강의 시간에 청강하기를 강 부장을 통해 희망해 왔습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친구끼리 낄낄대고 공부반 친목반 하고 싶었지만 어찌합니까?
서너 분이라는 단서를 달고 친구들이 동의를 하였습니다. 저도 55인용 방이니 충분하리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강의 당일 오전 9시경 강 부장이 미안하다며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청강생이 8명을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합니까? 배움을 청하는데 거절할 수도 없고.
오후 2시경 한 분이 더 오겠다고 한다고 강 부장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강 부장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입니다. 55인용 방으로 바꾸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의일인 8월 8일 오후 6시 반, 친구 한 사람이 급한 사정으로 불참하여 동기생 34명, 청강생 9명 등 43명이 강 부장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역시 기대한 대로 명강의였고 모두들 참석하기를 잘했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강의 제목은 '디지털 혁신시대 필수 생존 비책입니다. 제목이 이렇게 강렬하니 청중이 많이 몰릴 수밖에요. 저는 평생 수없이 많은 강의를 들었지만 이번처럼 눈덩이 불어나듯 신청이 늘어난 경우는 흔치 않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도 학습에 대한 열망이 식지 않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지식사회의 힘인 것 같습니다. 강 부장의 서포터즈 겸 치어리더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지만 기분 좋은 체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