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강행 처리 저지 호소 등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황 대표는 당초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려던 계획은 청와대 측이 경호 문제를 들어 불허해 국회로 옮겼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패스트트랙에 동잠한 여야 4당은 황대표의 단식 돌입에 '민폐 단식'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대표는 이날 예정된 시각보다 한 시간이 지난 오후 3시 회색 셔츠와 빨간색 니트, 회색 정장 재킷 차림으로 청와대 앞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이 한 시간가량 늦어진데는 홍보 플래카드 준비가 늦어졌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는 조경태·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맹우 사무총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권성동·여상규·박대출 의원 등 10여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후 황 대표는 보도블록 위에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앉아 농성에 들어갔다. 한국당 관계자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텐트 2동을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경호상 이유로 텐트 설치가 불허되자, 스티로폼 돗자리를 깔고 네 모서리를 모래주머니로 고정해 자리를 황대표의 단식농성장을 마련했다. 텐트 2동을 치면 왼쪽에는 태극기, 오른쪽에는 당기를 세울 계획도 철회했다. 경호상 텐트 설치가 허용되지 않는 데다, 텐트 없이 겨울철 24시간 농성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국당은 청와대 앞 황대표의 단식투쟁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활대표를 설득해 저녁부터 단식 투쟁 장소를 국회로 옮겼다. 황 대표는 그러나 ‘장소 변경’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갔고, 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여성은 호피 무늬 목도리를 황 대표의 목에 둘러주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주최의 집회에 들렀다가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를 만났다. 황 대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전 목사와 손을 잡고 좌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좌파독재로 가는 길, 우리가 반드시 막아내야 하는데 이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못 이기겠나. 우리는 이길 수 있다. 여러분들이 이미 이기고 있다”고 연설했다. 전 목사가 “내년 4월 15일에 한 사람도 국회의원 안 시킬 것이다. 국회의원 배지 달려고 눈 뒤집어서 다니지 말고 공부 좀 하라. 오늘 밤부터 당신들도 옆에 같이 누우란 말이야”라며 목소리를 높이자, 황 대표는 전 목사의 등에 손을 얹어 말리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이처럼 단식투쟁의 카드를 꺼낸 것은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금요일 자정이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이 담긴 패스트트랙 법안의 부의는 2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이날 중진및 최고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 포퓰리즘에 이 나라의 안보가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라면서 "국가적 위기의 탈출구를 찾고자 문 대통령에게 1대 1 회담을 제안했지만 돌아온 것은 시간이 없다는 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방치하면 국민적 항거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 대해 여권과 친여 호남의원들은 비난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이런 방식의 제1야당은 국민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라며 "황 대표가 삭발에 이어 단식을 하면 당 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는다고 지적했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단식을 정치 초보의 조바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민생을 내팽개친 황 대표의 단식은 민폐"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역시 "(황대표의 단식은)명분도 당위성도 없다"며 황 대표의 단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쏟아지던 합리적 비판마저 관심이 흩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여야 3당 원내대표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우리 국회 입장을 전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민주당 이인영,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방미기간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 인사들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의 합리적 인상을 촉구하기 위한 일정이다. 출국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미 동맹의 굳건한 정신에 기반해서 양국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공정하고 또 합리적인 방위비 협상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촉구하려고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지소미아 파기로부터 시작되는 여러 가지 외교 안보의 어려운 부분을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서 풀어가는 데 도움되도록 노력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한미 동맹은 더욱 튼튼히,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은 더욱 공정하게 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의회 외교에 나서도록 할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 차원에서 여야 결의안에도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이 미국을 방문해 어떤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의 출국장인 인천공항에서는 진보단체 회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원내대표들은 현지 시각으로 23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찰스 그래슬리 미 상원 임시의장과 코리 가드너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위원장,그리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면담도 갖는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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