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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세평】 종걸 '오빠', 당신부터 불출마하라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 | 기사입력 2019/11/25 [13:09]

【오풍연 세평】 종걸 '오빠', 당신부터 불출마하라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 | 입력 : 2019/11/25 [13:09]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오풍연 언론인(서울신문 전국장. 제1호 법조대기자.오풍연닷컴대표)

종걸 오빠, 요즘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평소 오빠답지 않습니다. 어디로 튈지 몰라 영 불안합니다. 특히 해찬 큰 오빠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오빠의 행동이 우리당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빠는 당을 위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저희가 보기엔 아닙니다. 오빠의 애당심(?)이 우리당을 더 곤혹스럽게 합니다. 제발 그런 행동을 삼가해 주십시오.

오빠가 왜 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 또 출마하고 싶은 거죠. 아마 우리당에 살생부가 있다면 오빠 이름도 맨 위쪽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초조하리라고 봅니다. 그렇더라도 해당행위는 하지 말아야죠. 오빠는 독립지사의 손자입니다. 할아버지를 욕되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러지 말고 이번 총선에 불출마 하십시오. 그게 우리가 기대하는 바입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린다면 이종걸이 어떻게 나올까. 그냥 허허 웃고 말까. 아니면 얼굴을 붉히면서 따지려고 들까. 나는 두 번째 상황을 그린다. 나도 맨처음 이종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교안 오빠로 시작하는 글이 매우 어색했다. 내용도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글을 쓴 사람은 바로 5선의 이종걸이었다.

이종걸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안 오빠, 계산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메시지를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지난번 제가 패트 저지 투쟁에 나선 분들께 공천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을 해당행위라고 비판하셔서 무지 섭섭했습니다. 그렇지만 오빠가 '삼고초려'한 인재라는 박 모 대장이 국민 눈높이로는 '삼초 고려'만해도 영 아니라는 계산이 나오는데도 비판을 삼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 국민이 공감 안해요. 손가락질 받는 해당행위입니다"라고 했다.

그 뒤의 내용을 더 웃긴다.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胃腸) 탄압'입니다“라며 "그러니 저의 패트 가산점 제안 실수와, 오빠의 단식투쟁 실수를 쌤쌤해요. 퉁 치자고요"라고 썼다. 아무리 가상 편지글일지라도 굳이 당대표와 원내대표 관계에 '오빠'라는 호칭을 쓴 것은 어색하게 비춰졌다. 당 안팎에서 이런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종걸은 일부 수정해 다시 올렸다.

이 의원은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풍자적인 스타일 글이라도 어떤 분들은 특정 단어에 불편해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살펴야 했다"면서 "특정 단어 때문에 메시지가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원문에서 ‘오빠’라는 표현을 ‘당대표’로 바꾸고 메시지는 그대로 해서 새로 올립니다"라며 원글을 바꿨다. 교안 오빠도 황당대표로 바꿔 그냥 읽으면 황당한 대표처럼 느껴진다.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종걸과 황교안은 경기고 동기동창이다. 정치 인심이 아무리 메말랐다고 하더라도 이종걸의 황교안 비판은 적절치 않다. 그것도 다선 의원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다. 정치가 사람을 망친다고 할까. 나도 황교안을 종종 비판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정치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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