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엘리자베스, 퀸 메리 등 초대형 크루즈를 운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80년의 역사의 큐나드 선사에 유일한 한국인 승무원이 있다. 서울 출신의 여성 승무원 임수민씨다. 그녀는 현재 퀸 엘리자베스호에 승선해 승무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중이다. 그녀가 세계적인 크루즈의 승무원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승무원으로서의 경험, 에피소드, 크루즈 산업의 전망, 크루즈 승무원 지망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등 ‘임수민 스토리’ 시리즈의 마지막 3편. -. 기억에 남는 승객이나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기억에 남는 승객이 꽤 많아서 가장 최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나 이번에는 파스 안 가져왔어” 방금 돌아간 승객의 배 진동 컴플레인에 대한 내용을 이메일에 타이핑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승객. 바로 지난 봄 호주와 일본 노선 중에 만난 맥팔 할아버지가 다시 승선하신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 저도 모르게 너무 큰 소리로 ‘미스터 맥팔!!’ 하면서 정말 너무 활짝 웃어서 주변에서 모두 다 웃었지요. 이 승객은 일본에 아들 가족을 두고 있는 호주에 거주 중인 영국인 할아버지입니다. 프론트 데스크에 있다 보면 별의별 질문과 요구가 다 있는데, 맥팔 할아버지와의 만남도 사실 그런 별난 요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아들이 보내 준 각종 파스와 허리에 좋다는 각종 건강식품을 가방 채 가져와 저에게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귀찮았지만, 할아버지 인상이 너무 좋은데다가 너무 착하게 부탁하셔서 아예 로비에서 자리를 잡고 도와드렸습니다. 그 후 한달 동안 매일 같이 일부러 객실에서 내려오셔셔 허리 통증에 대해 보고도 했다가 아들 이야기도 했다가 손녀 자랑도 했다가, 그렇게 별난 요구사항에서 시작된 관계가 각종 수다를 떠는 관계로 특별하게 바뀐 경우였습니다. 그 맥팔 할아버지가 승선하자마자 짐도 안 내려놓고 데스크에 제가 있는지를 체크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찾아온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별의별 수다를 떨다가, 노르웨이에서 아름다운 오로라를 보고는 다시 호주로 돌아가셨습니다. -. 다시 가고 싶거나 기다려지는 기항지가 있다면? 카리브해의 아루바 섬(네덜란드 령). 너무나도 다시 가고 싶은 기항지.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 빛이란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예쁜 바다와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알록달록한 건물들, 배가 불러도 더 먹고 싶었던 맛있는 해산물 요리, 그 요리에 그 바다에 너무도 잘 어울렸던 현지 맥주. 오픈덱에서 처음 밖을 바라본 순간부터 그저 너무 나가고 싶었던 기항지. 첫사랑은 누군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퀸 엘리자베스에서 바라봤던 첫 아루바는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 크루즈 승무원으로서 세계를 여행하고 계신데, 평소에도 여행을 즐기나요? 평생 여행하고 살고 싶을 정도로 여행의 모든 요소를 사랑하지만, 타지 생활이 길었기에 평소 즉 휴가 중에는 서울과 동경에 있는 엄마와 남동생, 그 외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시하는 편입니다. -. 쿠루즈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어 각 선사들도 나름대로의 발전 전략을 짜고 있을 것 같은데요. 세계적으로 지속적으로 크루즈 이용자 수가 늘고 있는 만큼, 거의 모든 선사가 새로운 크루즈선을 건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성인만을 위한 파티 크루즈를 컨셉으로 새로운 크루즈선을 건조해 선사를 만든 경영인도 있습니다. 늘어나는 승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업계의 전체적인 움직임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그동안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느낀 부분과, 다른 선사로 간 전 동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많은 선사가 일본 노선을 적극적으로 이미 재도입하였고 계속해서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는 것입니다. 선상에서 다음 크루즈 예약을 하는 승객들을 봐도 일본을 메인으로 한 아시아 노선이 굉장히 인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 앞으로 크루즈 산업은 어떻게 변화해갈까요? 물론 세계적으로는 계속해서 전체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선사를 운영하는 본사와 배를 직접 운영하는 승무원과의 괴리를 좁혀가며, 현실적으로 퀄리티를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모든 선사가 아시아 노선을 운영하는데 맞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그 노선 중에 한국 기항지를 찾을 수 있도록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끝으로 크루즈 승무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5~10개월을 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근무를 하고, 웃는 얼굴로 최선을 다해 대응해야 합니다. 그 사람도 안 내리고, 저도 안 내립니다. 때로는 정말 말도 안 통하고, 못 알아듣겠고, 외롭습니다. 급여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좋은 친구도 있습니다. 이 친구라면 평생이라도 같이 일하고 싶고, 뭐든 돕고 도움을 구할 수 있고, 밤을 새며 와인잔을 비울 수 있고, 오랜만에 내린 육지에서 함께 맛보는 시간이 꿀 같고, 음식은 더없이 맛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갖가지 일들을 처리해 나가다 보면 때론 내 자신이 뿌듯하고 일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갖가지 변수들이 수없이 교차하는 하루하루를 홀로 바다 위에서 견뎌낼 몸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도전하십시오. 크루즈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취업 시장에 있어서 개척할만한 보기 좋은 아이템인 것은 사실이지만, 돈 받으면서 여행하는 신기한 직업 정도로 생각하고 쉽게 접근하거나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분야입니다.(끝)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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