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한마디] 나는 사회에 경고를 던지는 잠수함의 토끼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을 '기능'이 아닌 ‘신분’으로 보는 것'의원' 하라는 분들이 가끔 계시는데, 저는 그거 못 합니다. 적성이 달라요. 평론가는 똑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도 차이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 섬세한 차이에 주목하게 만들죠. 저는 그 일에 특화돼 있습니다. 반면, 정치를 하려면 가치관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부분,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달라요. 그걸 알고 걔들도 나 같은 사람, 알아서 안 불러요. 잠수함의 토끼라고 있지요? 그게 평론가입니다. 함내에 공기가 부족해지면 토끼가 먼저 몸부림을 친답니다. 사람들은 아무 차이도 못 느끼는데 말이죠. 그런 식으로 사회에 경고를 던지는 게 평론가의 역할이에요. 민주당 사람들, 지금 아무 것도 못 느낄 겁니다. 뭐가 크게 잘못 돼 가고 있는데 말이죠. 그들 눈엔 아마 내가 괜히 지랄하는 걸로 보일 겁니다. 여든 야든 한국정치의 문제는 이 토끼를 안 키운다는 겁니다. 있는 토끼는 죽여버리고.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국회의원을 '기능'이 아닌 '신분'으로 본다는 데에 있습니다. 다들 뭘 좀 하다가 이름이 좀 알려지면 국회의원 하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의원에 필요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그저 의원이라는 '신분'에서 오는 특권을 바라고 여의도에 들어오는 불상사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정치는 개판 되고. 의원들은 꼴에 '신분'에 걸맞는 특권을 누린답시고 온갖 갑질을 하게 되는 거죠. 밖에 있으면 국회의원들, 금태섭 의원처럼 제 일하는 분 빼고 솔직히 아무 것도 아니거든요. 민주당 국회의원이 130명이라지만 몇 분 빼고 자기 의견 없는 거수기들이잖아요. 그 사람들 내 눈엔 그냥 n1, n2, n3......n129로 보여요. 검사동일체 원칙은 깨라면서, 자기들은 일사분런하게 의원동일체 원칙을 실천해요. 친문실세들 명령에 따라서. 그 당 국회의원, 뇌를 아웃소싱하고 하는 겁니다. 뇌 가진 사람은 정봉주 같은 쌩양아치한테 "내부 총질"한다고 험한 욕이나 들어요. (이 친구, 자격 문제 9일날 결정한다 그랬나요? 내일 글 하나 올려야겠네.) 근데 내가 지방대에 있다 보니까. 그 별 것도 아닌 국회의원들, 권력이 엄청납디다. 아, 그래서 다들 그거 하려고 하는구나, 깨달았습니다. 동양대 있으면서 내가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제대로 '을'의 입장에 처해 보는 거. 그전엔 프리랜서라 그런 거 몰랐는데, '을'의 위치에 있다는 게 참 서러운 거더라구요. 모욕 당하고 무시 당하고 보복 당하고 불이익 당하고. 우리 학교가 서울대라도 그랬을까요? 밖에 있을 때는 x도 아닌 것들이었는데, 을의 위치에서 보니까, 교육부 통해 들어오는 권력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 심플, 이것들 확 쌔려버리려고 튀어나온 나온 측면도 없잖아 있어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 예수님 말씀입니다. 성경 말씀대로 그냥 자기 달란트대로 사세요. 물론 정치,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치를 하려거든 이상한 인간극장 드라마 찍을 생각하지 말고, 제 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식견을 갖고 지금 나라에 꼭 필요한 정책과 입법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하세요. 그런 분들이 정치하는 거, 저는 환영합니다. 그리고 정당에서도 제발 의원들 '선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와 선거의 사이에 있는 기간 동안 의사당에서 이루어지는 '정치'를 위해서 공천 주세요. (2월 7일, 진중권 페이스북)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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