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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톨스토이의 악마 ②: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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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톨스토이의 악마 ②

이정식 대기자 | 기사입력 2020/09/14 [09:32]

[문화칼럼] 톨스토이의 악마 ②

이정식 대기자 | 입력 : 2020/09/14 [09:32]
군 장교 시절의 톨스토이
군 장교 시절의 톨스토이

한 소설에 두 개의 결말 

톨스토이(1828~1910)의  단편 소설 '악마'의 첫 번째 결말은 주인공이 자기자신을 죽이는 것 즉 자살이었다.

결혼 전에 관계를 했던 농노의 아내 스테파니다에 대한 미련과 욕정을 견뎌내지 못하는 자신을 파멸한 인간이라고 규정하고 스스로에게 징벌을 내린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예브게니는 자신이 스테파니다에게 사로잡혀 있는 이같은 상황을 끝내기 위해서는 스테파니다를 죽이거나, 자신의 아내인 리자를 죽이고 어떠한 비난을 받더라고 스테파니다와 같이 살거나 아니면 자신이 자살하거나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톨스토이가 준비했던 또다른 결말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스테파니다를 죽이는 것이었다.

예브게니는 자신이 그녀의 수중에 있다고 느꼈지만,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스테파니다가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있는 현장에 있을 때였다.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밀회의 때와 장소를 어떻게 스테파니다에게 알릴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그는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 등에 총을 쏘고 만다, 예브게니가 스테파니다를 죽이는 장면은 이렇게 묘사되어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걸음은 정원을 지나 들판길을 따라서 농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

그는 곳간으로 들어갔다. 스테파니다가 거기 있었다. 그는 당장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보리이삭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그를 알아보자 그녀는 눈웃음을 치면서, 활기 있고, 명랑하게. 널브러져 있는 보리이삭 위로 재게 뛰어다니면서, 날쌔게 그것을 그러모았다. 예브게니는 무심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아, 과연 나는 자신을 제어할 수 있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과연 나는 파멸한 것일까? 아아 주여! 아니다. 그 어떤 신도 없다. 악마가 있을 뿐이다. 그 악마가 바로 저 여자가. 그것이 나를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싫다. 나는 싫다. 악마, 그렇다, 악마다.;

그는 그녀에게로 바싹 다가가 호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한 발, 두 발, 세 발을 그녀의 등에 발사했다. 그녀는 달아나다가 보리이삭 더미 위에 쓰러졌다.

어머나! 큰일났다! 어찌 된 일이야?“하고 아낙네들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야, 과실이 아니냐. 내가 일부러 죽인거야하고 예브게니는 외쳤다.“경관을 부르러 사람을 보내!”(나의 인생 톨스토이, 박형규 옮김, 인디북, 2004)

 

경관과 예심판사가 다음 날 아침에 와 예브게니는 감옥으로 끌려갔다. 그후 재판이 열렸으나 그는 일시적 정신착란으로 인정되어 교회에서 회개하도록 하라는 선고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는 감옥에서 9개월, 수도원에서 1개월을 지냈다.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 귀족이 자신의 영지에 딸린 농민을 죽이는 일은 커다란 범죄로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대개 일시적 정신착란으로 판정하여 귀족의 형을 경감해 주는 일은 다반사였기 때문에 톨스토이도 그같이 마무리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그대로 쉽게 끝내지 않았다. 살인자가 된 주인공에 대해 또다른 형벌을 예비했다. “그는 옥중에 있을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수도원에서도 계속 하였으며 쇠약하고 책임 능력이 없는 알콜 중독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끝맺음을 했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불륜을 저지른 안나가 열차에 몸을 던져 삶을 끝내는 것처럼 예브게니에게 그처럼 가혹하게 인생을 마감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예브게니도 자신의 죄에 대한 그만한 벌(알콜 중독자)은 받아야 한다고 톨스토이는 생각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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