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군락지에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다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양 상림, 함평 용천사 등...꽃무릇 군락지로 유명가을은 사찰마다 꽃무릇(상사화, 석산)이 한창이다. 불타오르는 '꽃무릇'은 추석을 전후해 한달 정도 볼 수 있다. 이 꽃을 보려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상사화'로 유명한 고창 선운사와 영광불갑사의 '상사화'도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 또는 '석산'이라고 하는 꽃이다. 영광 불갑사,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이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고창 선운사 입구에는 10만평의 꽃무릇 군락지가 있어 관광객들이 탄성을 지른다. 영광의 불갑사는 상사화 종류 중 석산(꽃무릇)은 약 300만㎡ 규모로 우리나라 최대 군락지로 알려져 있다. 상사화의 고장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하여 2009년 기존의 군화인 진달래를 상사화로 변경하였다. 2015년 영광군 관광슬로건으로 “상사화 피는 굴비의 고향”을 선정하여 상사화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영광 불갑사 상사화의 전설은 옛날에 오래도록 아이가 없어 고민이던 금슬 좋은 부부가 있었다. 간절히 빌어 뒤늦게 외동딸을 하나 얻었는데 이 아이는 얼굴이 고울 뿐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효심 지극한 딸은 아비의 극락왕생을 빌며 백일동안 탑돌이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이 절의 스님은 여인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귀의한 몸으로 여인에게 고백이나 할 수 있었을까. 말 한마디 못한 채 끙끙대던 스님은 탑돌이를 마친 여인이 돌아가자 시름시름 앓다 죽고 만다. 그리고 이듬해 봄, 스님 무덤가에 어느 풀꽃이 돋는다. 푸른 잎과 붉은 꽃이 함께 피지 못하고 번갈아 나는 모습에 사람들은 상사화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모습이 스님의 절절한 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리라.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품은 상사화 전설이다. 꽃무릇은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알뿌리가 마늘과 비슷하게 생겨 ‘돌처럼 단단한 마늘’이라는 뜻의 석산(石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꽃은 절에 주로 피어 ‘중꽃’ 혹은 ‘중무릇’으로도 불렸다. 꽃무릇의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어찌 보면 스님과 꽃은 서로 맺어지기 어려운 것들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스님에게 꽃무릇은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해야 할 운명 같은 것이었을까. 영광 불갑사에 자생하는 분홍상사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등의 상사화 종과 꽃무릇이라 불리는 석산 종 모두 상사화 속에 포함되므로 이를 통틀어서 상사화라 칭하고 있다. 꽃무릇과 비슷한 꽃으로 상사화(相思花)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꽃무릇과 상사화를 같은 꽃으로 착각한다. 심지어 행정기관에서조차 팻말에 ‘꽃무릇(상사화)’ 또는 ‘상사화(꽃무릇)’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두 꽃은 엄연히 다른 꽃일 뿐 아니라 꽃이 피는 시기도 차이가 있다. 상사화는 초봄에 잎이 났다가 여름이면 모두 지고 무더위가 한창인 8월에 꽃대 하나만 남아 그 꽃대 끝에 꽃을 피워 올린다. 반면 꽃무릇은 가을에 잎이 올라와 겨울과 봄을 견디고 초여름이면 잎이 떨어진다. 그리고 나서 추석을 전후해 꽃대 끝에 불타오르는 것 같은 붉은 꽃이 핀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잎이 다 지고난 뒤 꽃대가 올라와 그 위에 꽃을 피우고 그 꽃이 진 뒤에는 다시 잎이 올라온다는 공통점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꽃무릇과 상사화를 통칭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이 두 식물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이파리만 무성하게 돋아나 ‘살찐 부추’ 같기도 한 꽃무릇은 여름이 오면 어느 날 모두 사라지고 만다. 땅속으로 들어가 알뿌리의 부식토로 자신들을 헌정한 것이다. 그러다가 가을이 오면 불쑥 꽃대 하나를 내민다. 그 꽃대는 점점 키가 커져 마침내 붉은 꽃을 매단다. 그것이 ‘꽃무릇’인데, 꽃대가 마늘대처럼 이파리 하나 없이 밋밋해서 석산(石蒜)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를 직역하면 ‘돌마늘’이다. 시월이 가고 십일월이 오면 꽃은 어김없이 스러지고 그 자리에 다시 무성한 잎이 돋아난다. 이렇다 할 열매도 없이 꽃은 그냥 사라진다. 이러한 행태를 두고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은 꽃과 잎이 영원히 서로 만나지 못하는 ‘이별꽃’이라고 했고 ‘상사화’라고도 불렀다. ▲ 상사화 요즘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한 곳은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양 상림, 함평 용천사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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