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선임 여부가 25일 결정된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가 나온 가운데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선임안에 찬성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25일 오전 명동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함 회장 내정자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의결한다.

주총을 앞두고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은 함 내정자와 관련한 재판과 제재를 근거로 그의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기관 투자자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24일 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어 하나금융지주 주총 안건을 심의하고 함 내정자의 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선 외국인 주주들의 향방이 남은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하나금융의 외국인 투자자 지분 보유율은 67.5% 수준으로 과반을 차지한다.

의결권 자문기관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선임안 통과에 부담 요인이지만, 부회장 재임 기간 하나금융의 이익 성장률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앞선 점은 실적을 중시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은 의결권 자문기관의 권고를 참고하면서도 경영실적이나 지배구조 안정을 의사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다"며 "함 내정자 선임안 통과 여부는 주총 전까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2015년 9천97억원에서 2021년 3조5천261억원으로 288% 증가, 다른 은행 금융지주사 증가율(70∼160%)을 앞지른 점을 외국인 주주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함 내정자는 2016년 3월부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직했고, 2019년부터는 경영지원부문 부회장으로 그룹의 전략, 재무 기획 등을 총괄해왔다.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주총일을 하루 앞둔 이날 금융당국의 문책 경고 처분의 집행정지(효력정지)를 결정한 것도 함 내정자가 한숨 돌릴 수 있게 했다.

그는 채용 업무방해 혐의 관련 형사재판과 금융당국의 징계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등 2건의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 형사재판은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은 패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날 재판부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을 두고 "항소심 재판에서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변경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재판부가 집행정지 인용 요건에 따라 결정한 것일 뿐 항소심 본안 판단은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 주주들은 올해 주총에서 김정태 회장에게 특별공로금 50억원을 지급하는 안건도 심의한다.

일부 의결권 자문사는 특별공로금의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도 특별공로금 지급이 과다하다고 판단해 반대 입장을 낼 것을 결정했다.

김 회장은 이번 정기 주총일로 임기가 종료된다. 김 회장의 퇴임은 2012년 그룹 회장에 선임된 이후 10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