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첫 정상회담이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후 11일 만인 역대 가장 빠른 시점에 한미정상이 만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오는 20∼24일 한·일 순방 기간 중 도쿄에서 열리는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의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국을 먼저 찾는다. 윤석열 새정부 출범에 따라 그동안 소원했던 한미동맹을 조속히 복원하려는 양국 정상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군사·안보 동맹을 넘어 경제안보는 물론 글로벌 가치를 주도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는 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신정부 출범 후 개최되는 첫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한미동맹을 한 차원 높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우선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는 한미동맹의 정상화다.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으로 흔들렸던 한미간 신뢰 회복을 통해 확고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핵무기를 억지력으로만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나아가 윤 대통령 취임을 전후해 고강도 핵도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중 비무장지대(DMZ)나 판문점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대북메시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초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 대북접근법을 내세웠지만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가 대외정책에서 후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지난 3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핵무력을 갈수록 고도화하는 마이웨이를 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4년 만에 파기한 것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양국간 틈새없는 공조를 통해 보다 구체화된 북핵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셋째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한층 격상된 가치동맹이 구축돼야 한다.
한국은 지금 고물가·고금리·저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다. 3~4월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2008년 금융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달러당 원화값,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조업의 위기에 인구절벽까지 미래가 불확실한 우울한 상황이다. 지난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0.7%로 올 성장률 3%도 위협받고 있다.
반면에 대만같은 나라는 지난해 성장률이 10여년 만에 최고치인 6.28%로 올라서면서 올해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의 개인 GDP를 추월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측 보고서가 나왔다. 2027년께는 대만이 일본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할 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고, 미·중 대립구도속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발빠르게 동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내외 안보 경제 환경은 어느때보다 엄중하다. 우리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신냉전 흐름으로 불안을 느낀 외국자본이 시장에서 계속 이탈하고 있다. 국제질서는 반(反·半)세계화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환경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의 좌표를 보다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양국의 미래를 가늠할 중대한 길목에서 이뤄진다. 첫 시험무대를 맞는 윤석열 새정부의 비상한 각오와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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