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5월9일까지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을 맡은 윤석열호가 출항했다. 희망의 새출발을 축하고 격려해야 하지만 나라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다.
국내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저성장의 길목에서 배회하고 있다. 특히 신냉전과 맞물린 반(反) 경제세계화의 격변기속에서 세계 경제가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곡물 원유 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연일 요동치면서 세계는 점점 인플레이션을 넘어 신흥국들에게는 위기의 도미노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3% 상승해 전월(8.5%) 대비 소폭 둔화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치(8.1%)를 웃도는 것으로 지난 1981년 12월(8.9%) 이후 약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마감된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일보다 1.02%, S&P500지수 1.65%,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18%나 각각 크게 내려갔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와 관련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전망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등 금융긴축 움직임을 본격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달러 독주태세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와 엔은 물론이고, 달러 대비 비교적 강세를 보이던 위안화마저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자본 유출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스템의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며 방어선을 치고 있지만, 인도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인도 루피화는 지난 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달러당 77.350루피까지 붕괴되며 역대 최저 수준이다. 또 아르헨티나 페소는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초(달러당 59.87페소)보다 2배 가까이 하락했다.
한국의 경우는 미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중국 코로나 봉쇄 등의 영향으로 환율 상승과 함께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달러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12일 한국은행의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중 외국인의 주식 투자자금은 42억6000만 달러나 순유출됐다. 앞서 2월엔 18억6000만 달러, 3월엔 39억3000만 달러가 각각 빠져 나갔다. 최근의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은 불과 1년 사이에 50bp, 75bp 등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를 300bp 올린 1994~1995년 당시와 유사하다. 당시 연준의 고강도 긴축은 달러화 강세와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른바 멕시코의 '데킬라 위기' 등 신흥국 경제에 직격탄이 됐다.
한국도 1997년 초유의 환란을 겪어야 했다. 물론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의 외화보유고 등 달러사정이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반도체, 요소수, 날씨, 코로나 봉쇄 등의 지구촌 구석의 작은 날개짓 하나만으로도 세계경제나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오고 개별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게 오늘날의 글로벌 환경이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시시각각 돌출했다 파장을 낳고 사라질 듯하다 다시 부각되는 불가측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1년 1월4일 1082.1원 하던 달러환율이 최근엔 1300원선까지 넘보며 치솟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올 1~4월 누적 무역적자는 66억달러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와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코로나로 인한 추경 예산도 전·현 정부에서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새정부가 처한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한 경제시국이다. 이런 시기에 인사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무총리 인준이 막히며 새정부는 반쪽으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여야가 정치력을 보여야 할 때다. 특히 여당은 소통의 손을 내밀고 야당은 발목잡기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국가 모두에게 자해행위다.
윤석열 정부가 험한 기상 상황에서 그나마 이륙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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