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됐을 당시, 이씨가 월북한 것이 아니라 표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국정원 자체보고서를 당시 박지원 원장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삭제한 것으로 9일 보도되었다. 국정원이 자체 첩보와 군 특수정보를 근거로 표류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으나 당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와대에 파견된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해당 보고서를 삭제하라는 지침을 국정원에 내렸다고 한다.
그 보고서에 “나는 한국 공무원이니 구조해달라”는 내용의 감청 기록이 들어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며칠 전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서훈 두 전직 국가정보원장을 대검에 고발하면서 낸 고발장에는 이대준 씨가 피살된 후 작성된 첩보보고서에 “나는 한국 공무원이니 구조해달라”는 내용의 감청 기록을 박지원 전 원장이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가 들어있다. 모든 정황은 표류를 월북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국정원이 공모했을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가증스런 국민 기만행위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이대준 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은 남북 종전선언을 골자로 한 유엔 화상 연설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있었다. 종전선언은 북한의 화답 없이는 진척시킬 수 없는 것이므로 종전선언에 목을 매고 있던 문 정권은 북한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건을 축소 왜곡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씨의 처참한 죽음은 그들의 각본에 없던 돌출 상황이요, 성가신 걸림돌일 뿐이었다. 문 정권으로서는 ‘남북 평화쇼’라는 그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떻게든 사건을 급히 진화해야 했다. 이 씨를 월북자로 몰고가야 북한군의 사살과 소각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대북 분노의 강도를 낮출 수 있다고 봤을 것이다. 박지원 전 원장은 보고서의 주요 부분 삭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 사실이 아니라면 좋겠다. 그러나 국정원이 뚜렷한 근거 없이 직전 원장을 고발했을 것 같지는 않다.
서 전 원장은 귀순 어민 강제 북송 당시 ‘합동조사 강제 조기 종료’ 혐의도 받고 있다. 북한 어민 두 명을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제 북송시킨 것 역시 국민을 속이고 배신한 사건이다. 두 사람을 불과 닷새만에 강제 북송시킨 이유는 그들이 오징어배의 동료 선원을 10여 명이나 죽인 흉악범이었기 때문이었다는게 문 정권의 변명이었다.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진행됐어야 마땅할 법적 절차는 깡그리 무시됐다. 그들이 흉악범이라는 것도 북측의 주장일 뿐이다. 당시 문 정권은 김정은에게 2019년 11월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는 초청장을 보낸 상황이었다. 두 사람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서둘러 북으로 보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두 귀순 어부는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이었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그후 두 사람의 생사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이 처형됐다면 남측이 처형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 정권의 본색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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