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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수인과 담배:세종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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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이수인과 담배

이수인 지음 <내맘의 강물>중에서

세종경제신문 | 기사입력 2013/10/31 [10:33]

작곡가 이수인과 담배

이수인 지음 <내맘의 강물>중에서

세종경제신문 | 입력 : 2013/10/31 [10:33]

가곡 <고향의 노래> <내맘의 강물> <별>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이수인 선생은 지독한 골초다.
담배 불똥 때문에 집안의 카펫이며,커튼은 성할날이 없다.본인의 옷 뿐만아니다.부인이 큰 맘먹고 백화점에서 산 실크 블라우스에 까지 불똥이 튀곤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부인 김복임 여사의 남편의 흡연에 대한 태도이다.

이수인 선생이 2012년에 펴낸<내 맘의 강물>에는 부인이 남편에 대해 쓴 글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남편의 흡연에 대해 쓴 대목이 제법 길게 나온다 다음은 이 책 399쪽과 401쪽 사이에 있는 이수인 선생의 ‘담배’와 관련한 김봉임 여사의 글이다...........

▲ 이수인 지음.2012.교학사
아침에 눈 뜨면 누운 자리에서 담뱃불 붙이는 라이터소리에 내 몸은 오그라듭니다. 건강에 해 끼칠 일이....    

백화점에 세일이라고 야단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구경을 한다는 핑계로 둘러보니 내게는 과분한 분수에 넘치는 실크 블라우스가 눈에 띕니다. 음악회장에 함께 가게 될 때 입으면 좋을 것 같아 망설이고, 계산하다가 용감하게 샀습니다.

이튿날 입고 함께 나섰습니다. 지나가던 바람이 내게로 불더니 같이 걷던 불똥이 구멍을 냈습니다. 아까웠습니다. 구멍을 메워보려니 메운 구멍이 궁상스러워 남편의 체면을 깍을 것이 염려되어 포기했습니다. 일에 몰입이 되면 차려놓은 밥상도 재떨이가 됩니다. 이불, 베개, 입고 있는 셔츠는 물론 당신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을 전자레인지까지 담뱃불 딱지는 온 군데 예술입니다. 담뱃불의 위력은 무시 못합니다. 슬쩍 스쳤는데 살갗이 확실하게 익더라고요.

일본 강점기 대지진이 나서 화재가 났을 때 일본인들이 한국 사람들이 불 질러 일어난 일이라고 누명 씌워 한국인들 많이 희생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 색출할 때 담뱃불로 찾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일본적인 한국 사람도 담뱃불을 살에 대면 “앗! 뜨거워”라는 한국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건강 때문에 “담배 끊으시오!”라고 못합니다. 피우고 싶은 담배 타의에 의해 못 피워 스트레스 받아 건강 해치면 그 또한 못할 일 아닐까 합니다.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숨통 막힐 것 같은 기분일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담배 한 대가 순간의 막힘을 뚫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바지 뒷주머니 속에 항상 준비된 오선지가 들어 있습니다. 오선지 꺼낼 틈 없이 번쩍 떠오르는 악상(차원 높은 표현하자면 영감 아닐까요?) 놓치지 않으려고 담뱃갑에 그린 악보를 오선지에 정리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담뱃갑 아니면 사라질 영감 아니겠습니까?

어느 때 발가락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습니다. 젊은 의사는 담배를 안 피우나 봅니다. 그러니 금방 담배 냄새를 알아차리고 “선생님, 담배 끊으십시오.”라고 합니다. 제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안 됩니다. 안 돼요, 이 분은 담배 못 끊습니다. 담배 끊으면 안 돼요.” 의사 선생님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본인은 아무 말 없는데 마누라인 제가 열나서 외치니 말입니다.

의사 선생님 고개를 갸우뚱 하데요. 손발 들고 말려야 할 마누라가 적극적으로 안 된다고 하니 말입니다. 작곡하는 일이 쉬운 일입니까?

허공에 떠도는 영혼의 소리를 가슴에 담아 오선지에 옮기는 일, 아무나 할 수 없고 노력한다고 되는 일도 아닌...없는 것에서 있는 것으로 하는 일에서 유일하게 숨 고르는 역할을 하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하면 작품을 못 쓸 것 같아 목숨 걸고 말리지 못합니다.

집안 온갖 물건에 한두 군데 담뱃불 자국이 있습니다. 담뱃불 자국이 우리와 함께 살면서 내 남편이 함께 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것이라 그것들도 사랑합니다. 자려고 누워 있는 위로 담배 물고 무언가를 찾고 있었습니다. 담배 불똥이 내 얼굴 위로 특히 눈에 떨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얼른 안경을 썻습니다.

안경은 새로 사면 될 테니 말입니다. 담배 못 피우게 자극적인 말하는 분들 그 말 때문에 기분 나쁘고 상처받게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속되고 나쁜 말로 “니들이 혼 바쳐 작곡해 봤어?”입니다.

한때 우리 집 거실 커튼에 불구멍 내기, 굴뚝에 연기 나듯 피워 대던 골초님들, 하나둘씩 담배 끊으니 벼슬이라도 한 듯 아직도 담배 피우시냐고 의기양양입니다. 곳곳에 금연석도 모자라 도심 가운데 어느 곳에는 담배 피우면 벌금이 과중하게 나온답니다.

원초적인 뜻은 알고 있으나 담배를 피워야 하는 사람들, 불공평하게 죄인 취급이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인권위가 이 문제는 심각하게 생각 안 하나 봅니다. 담배 한 개비 주고 받으며 어색함을 달래고 사교를 하며 마음을 나누던 담배 연기 속 낭만은 어쩌시렵니까.

담배 피운다고 뒤떨어진 또는 의지가 부족한 따위의 생각은 안됩니다. 담배를 피워 안정을 얻고 아픈 상처를 위로받고 낭만을 느끼는 특별한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대중가요 가사 중 “화랑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여” 이 대목은 언제나 나를 목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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