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취업 제한'에서 풀린 지 오는 15일로 두 달이 된다. 이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활발한 해외출장과 직원 스킨십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이 임박했다는 분석도 재계 안팎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 컨트롤타워 복원 논의될 지도 관심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12일 서초사옥에서 열리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정기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준법위는 매달 셋째 주 화요일에 정기회의를 여는데 이번에는 위원들의 일정 등을 고려해 수요일인 12일로 변경됐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을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앞서 이 부회장은 3월 이찬희 준법위원장과 만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준법위 회의에 참석한다면 회장 취임에 앞서 사전 인사도 하고 준법 경영 의지도 다지는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에서 그룹의 컨트롤타워 복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다만 삼성과 준법위 측은 이 부회장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 삼바 4공장 부분 가동…현장경영 행보
이 부회장은 복권 후 국내외 삼성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임직원과 소통을 확대하는 등 그룹 총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삼성생명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찾았다. 임직원 요청에 '셀카'를 찍고 직원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하는 등 격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이르면 이번주 중 인천 송도 4공장 부분 가동을 시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업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둘러보고 임직원을 격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은 바이오의약품 25만6천L(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공장이다.
삼성이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만큼 이 부회장이 '뉴삼성' 전략에 따라 미래 먹거리 선점과 혁신 성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5월 발표한 450조원 규모의 투자와 8만명 신규 고용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27년 1.4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도입하고, 2030년까지 데이터 저장장치인 셀을 1천단까지 쌓는 V낸드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부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해외 출장도 활발하다. 지난달에는 보름간 멕시코와 파나마, 영국 등지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과 해외 현장 경영을 펼쳤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 부회장은 최근 방한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영국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과의 포괄적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 11월1일 창립기념일·12월 인사철…회장 취임은 언제
이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회장 취임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1년 부장 직급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01년 상무보에 선임되며 임원에 올랐고, 2012년 12월 44세의 나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유지하고 있다. 4대 그룹 총수 중 '회장' 타이틀을 달지 않은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가 다가오고 있는 데다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1월 19일 삼성그룹 창업주이자 조부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35주기 등도 거론된다.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인 12월에 맞춰 취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3월 이사회와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면서 회장 직함을 다는 방안도 언급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무보수 미등기임원이지만, 복권된 만큼 책임 경영 차원에서 등기 임원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점을 고려하면 등기 임원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이재용의 삼성' 시대인 만큼 굳이 회장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해외 출장 후 귀국길에 '연내 회장 승진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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