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한파 더 춥고 오래간다…4%대 기준금리, 9%대 대출금리 눈앞은행권 "미국 따라 한은도 내년 상반기까지 올릴 것"…최고 4.5% 전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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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번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목표를 기존 4%대 중후반보다 더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 은행권은 이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4%를 넘고 대출금리도 8%대까지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긴축 한파가 더 춥고 오래 지속되면, 이미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대 수준의 부채를 짊어진 국내 가계와 기업들이 빠르게 불어나는 이자 부담으로 속속 한계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1∼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다소 천천히, 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4.5∼4.75%(중간값) 수준이었던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전망치가 다음 달 5% 안팎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씨티는 당장 최종 금리 전망치를 기존 5.0∼5.25%에서 이날 5.25∼5.5%로 높였다.
6일 시중은행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눈높이가 높아지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당초 예상대로 내년 초 3.50% 안팎(현재 3.00%)에서 멈추지 않고 상반기까지 이어져 낮게는 3.75%, 높게는 4.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PB팀장은 "우선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p) 인상한 뒤에도 계속 올려 내년 상반기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글로벌 정치·경제 등 변수가 있지만, 최종 금리가 최고 4.5%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손님지원부 유닛리더도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상 사이클의 미국과 한국의 최종 금리는 각 5.00∼5.25%, 4.00∼4.25%로 예상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의 최대 금리차가 1.50%포인트였던 것을 고려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5.25% 이상으로 높아지는데 한은이 3.50%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물론 최근 자금 경색 등 금융시장 불안이 변수지만, 미국 금리 수준 등에 따라 4.00%까지 급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피벗(완화 기조로의 전환)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이에 따라 한은도 최근 채권시장의 유동성 문제에도 불구, 1,420원대로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 최종금리 수준은 내년 1분기 3.75%로 제시됐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금리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등 종류에 상관없이 약 13년 만에 모두 7%를 넘어선 상태다.
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는 연 5.160∼7.646%, 5.350∼7.374%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6.100∼7.550%, 대표적 서민 대출상품인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도 5.180∼7.395%로 이미 7%대 중반에 이르렀다.
만약 은행권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지금(3.00%)보다 최소 1%포인트 더 뛰어 내년 상반기 4.00%를 넘어설 경우, 대출금리 상단도 8%를 뚫고 9%에 근접할 전망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에 미리 기준금리 상승분이 선반영된 것을 고려해도, 0.5∼0.8%포인트 정도 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대출금리 상단이 대체로 7%대 중반인 만큼, 최고 8%대 중반까지는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기준금리가 앞으로 예상대로 1.5%포인트 정도 더 오르면, 대출금리 상단은 8.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 역시 "자금시장 불안까지 겹쳐 금융채 금리 등이 더 오르면, 현재 상단이 7%대인 대출금리가 일시적으로 8%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최고 4.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출금리 상단도 머지않아 8%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하면, 지난 3일 파월의 발언 이후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께 미국이나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관측대로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가까이 더 높아지고, 인상 기간 역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속속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최근 채권시장 중심의 자금 경색이 일종의 '전조' 격인데, 채권시장에 돈이 잘 흘러들지 않는 이유도 사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다. 채권 투자자들도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거나, 다른 곳에 돈을 굴려 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으니 채권에 더 높은 금리를 원하고, 그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회사채 등은 줄줄이 발행이 무산되는 식이다.
최근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난 가계와 기업의 신용(빚)도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금융위기의 뇌관이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1.2%로 1분기(220.9%)보다 0.3%포인트 올라 또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5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102.2%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했다.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유일한 국가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117.9%) 역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4위로 세계 최상위권일 뿐 아니라, 1년 사이 6.2%포인트(111.7→117.9%)나 뛰어 증가 속도가 베트남(+7.3%포인트·100.6%→107.9%)에 이어 2위였다.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 번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만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는 각 6조5천억원, 3조9천억원 불어난다.
지금도 원리금 상환에 한계를 맞은 가계와 기업이 속출하는데, 기준금리 인상 폭과 기간이 더 늘어나면 쓰러지는 가계·기업의 수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는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힘겹게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고위험' 상태다.
아울러 한은은 올해 기업 신용(빚)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도 나빠진 만큼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수와 차입금의 비중(금융보험업 등 제외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이 지난해 14.9%, 14.8%에서 올해 18.6%, 19.5%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