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재산세 손질…내년 부동산 보유세 2020년 수준으로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2020년 수준 낮추기로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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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과 1주택자 재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시행되기 직전으로 시계를 되돌리는 것이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난 가운데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한 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임시조치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과 주택 재산세 부과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23일 밝혔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과세 등을 위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감정 평가를 거쳐 정하는 평가 가격이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낮아지면 보유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공시가격 산정 때 적용할 현실화율은 올해 71.5%(아파트 기준)에서 내년 72.7%로 높아져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경우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되돌리기로 했다.
2020년 수준의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내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 현실화율은 평균 69.0%로 낮아진다. 공동주택의 경우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도입 전인 2018년 현실화율이 평균 68.1%. 2019년 68.1%, 2020년은 69.0%였다.
내년에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은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다.
기존 계획과 비교하면 9억원 미만 아파트는 현실화율이 1.9%포인트(p), 9억∼15억원은 8.9%p, 15억원 이상은 8.8%p 내려 시세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게 된다.
내년에 표준 단독주택은 53.6%, 표준지는 65.5%의 현실화율이 적용된다.
현실화율 인하로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와 비교해 평균 3.5%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단독주택은 7.5%, 토지는 8.4%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2년 동안 시행해본 결과 현실화 계획은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무엇보다도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급등, 이와 맞물린 가파른 현실화율 제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의 보유 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종부세의 경우 도입 취지와 거리가 먼 '일반 국민세'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4년 이후 장기적으로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1주택자의 내년 재산세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재산세 부과 때 한시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다. 공시가격이 10억원이라면 45%를 적용해 4억5천만원이 과세표준이 되는 식이다.
내년에도 1주택자에 대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비율을 45%보다 더 낮출 계획이다. 지방세법상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하한선은 40%다.
공시가격과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정하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종부세는 다르다.
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을 담은 세법 개정안은 야당 반대로 국회에 계류돼 있다.
정부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체계를 폐기하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내년 종부세 납부 인원이 2020년 수준으로 환원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