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원래 미국에서 열리는 가전제품 전시회 CES나 유럽의 MWC 등 대형 박람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연초 CES 2023에 대거 불참했던 중국 업체들은 설욕전에라도 임하는 듯 크고 화려한 전시장을 차리고 스마트폰·노트북·로봇·사물인터넷(IoT) 기기·네트워크 장비 등을 세계 각국 바이어들에게 소개했다. 이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4일 이번 MWC에서 삼성전자[005930]의 현주소가 애플과 중국 기업 사이에 있는 중간자적 위치였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처럼 단독 행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 전시에 참여는 하되 중국업체처럼 대규모 전시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은 군더더기 없이 강조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 S23을 홍보하는 데 진력했다. 전시관은 2억 화소 카메라와 밤에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나이토그래피, 게임 경험 등 S23 시리즈의 강점이 부각되도록 설계됐다. 반면, 중국 제조업체들은 압도적 규모의 전시관과 다양한 제품으로 경쟁했다. MWC가 열린 '피라 그란 비아' 1관을 독점하다시피 한 화웨이 전시관은 삼성전자 전시관 5배에 달했고,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는 마치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를 연상케 하는 색감과 디자인으로 전시관을 꾸려 관람객들을 헷갈리게 하기도 했다. 화웨이, 오포, 아너, ZTE 등 중국 제조업체들은 대규모 전시장을 신제품들로 채웠다. 일부 제품은 폴더블 기능, 카메라 화소, 디자인 등에서 애플·삼성전자 등 선도 업체들의 턱밑까지 따라왔다는 평이 나왔다.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 Xs-2는 펼쳤을 때 7.8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갤럭시 Z시리즈와 달리 바깥으로 접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접었다 폈을 때 가운데 주름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평면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 샤오미는 독일 회사 라이카와 제휴해 카메라 성능을 끌어 올린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13을 공개했다. 가격은 기본 모델이 999유로(약 139만원), 프로는 1천299유로(180만원)로 '중국 저가폰'의 대명사 같은 이미지를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포는 세로로 접는 플립형 스마트폰 '파인드 N2 플립'을 내놨고, ZTE는 무선 AR(증강현실) 글라스 '누비아 네오비전'에서 XR 기기의 단점으로 꼽히는 선 연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MWC23을 둘러본 한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고급 스마트폰' 전략을 구가하는 애플과 카피캣 전략으로 추격하는 중국 제조업체 사이에 낀 삼성전자의 고민이 엿보였다"고 평가했다. 폴더블폰 이후 XR 기기 등 새로운 디바이스가 당장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만으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지켰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하량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2%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이 19%로 2위였고, 중국 제조사 샤오미(13%), 오포(9%), 비보(9%)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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