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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그 자체가 되다…'파벨만스'

김근식 기자 | 기사입력 2023/03/18 [08:48]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 그 자체가 되다…'파벨만스'

김근식 기자 | 입력 : 2023/03/18 [08:48]

▲ 영화 '파벨만스'. CJ ENM 제공     

 

 '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수많은 흥행작을 만들어낸 할리우드 대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극장을 찾는다.

'파벨만스'는 영화와 사랑에 빠진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하누카'(유대교 전통 명절)를 기념하고, 10대 시절부터 직접 영화를 만드는 새미 파벨만(가브리엘 러벨 분)에게서 스필버그 감독의 모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1952년 1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처음 영화관을 찾은 어린 새미는 상영 시간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영화에 완전히 매료된 새미는 그날 이후로 작품 속 장면을 모형 장난감으로 직접 구현하는 데 몰두한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그런 아들을 격려하고, 신이 난 새미는 케첩으로 가짜 피를 만들고, 두루마리 휴지로 동생들을 미라로 만들며 연출에 열중한다.

영화에 대한 새미의 열정은 10대가 돼서도 여전하다. 늘 카메라를 한 손에 쥔 채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을 배우로 내세워 극 영화를 만든다. 직접 번 돈으로 완성한 영화는 동네 작은 극장에 마을 사람들을 모아 상영하기도 한다.

'파벨만스'는 새미를 통해 스필버그 감독의 삶과 영화에 대한 사랑을 충실히 비춘다. 그러나 단순히 '영화광' 소년의 이야기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파벨만스 가족은 영화의 중심에 놓여있다.

새미가 카메라로 찍은 어머니의 모습에서 비밀을 알게 되며 위기는 찾아온다.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 삼촌 베니(세스 로건)와 어머니 사이의 미묘한 기류가 영상에 그대로 담긴 것. 새미는 그 뒤로 더 이상 카메라를 들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고부 갈등, 삐걱대는 부부 관계, 부모와 자식 간의 이해와 사랑 등을 그리면서 사적인 이야기에서 나아가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관객 여러분의 가족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치 역을 맡은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를 비롯해 20여개 시상식에서 연기상 후보에 오른 그는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그것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공허함,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해내며 깊은 잔상을 남긴다.

당대 감성이 담긴 요소들도 흥미롭다. 8㎜ 필름 카메라,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 초기 영화관의 모습 등은 관객을 1950∼1960년대 할리우드로 소환한다. 데이비드 린치가 연기한 '서부극의 제왕' 존 포드 감독도 영화 말미에 등장해 영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에 대한 영화라는 점에서 최근 개봉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바빌론'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빌론'이 100년 전 할리우드의 빛과 그림자를 화려하게 담아냈다면 '파벨만스'는 어린 소년의 시선을 따라 차분히 전개된다. 22일 개봉. 151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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