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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프티 글로벌 흥행 장기화…팬덤 구축은 과제

'핫 100' 5주 연속 진입 유력…"듣기 좋은 음악에 완성도 갖춰"
'원 히트 원더' 그치지 않으려면…"노래 인기가 가수 관심으로 이어져야"

문장훈 기자 | 기사입력 2023/04/23 [08:43]

피프티 피프티 글로벌 흥행 장기화…팬덤 구축은 과제

'핫 100' 5주 연속 진입 유력…"듣기 좋은 음악에 완성도 갖춰"
'원 히트 원더' 그치지 않으려면…"노래 인기가 가수 관심으로 이어져야"

문장훈 기자 | 입력 : 2023/04/23 [08:43]

▲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가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장기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이 노래의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5주 연속 진입을 유력하게 내다보는 가운데, 이들이 '원 히트 원더'(데뷔 후 한 개의 싱글 혹은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진 가수)로 그치지 않으려면 노래의 인기를 가수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올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 전 세계가 '큐피드'에 중독…영미 양대 차트 롱런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공개된 '큐피드'는 이른바 세계 양대 차트로 꼽히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각각 4주 연속 진입에 성공했다.

'큐피드'는 고백을 거절당한 후의 마음을 솔직하게 노래한 곡으로 듣기 편안한 운율감이 특징이다. 복고풍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신스팝 곡으로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청량한 느낌을 준다.

K팝 걸그룹 가운데 빌보드 '핫 100'에서 단일 노래로 이들보다 더 오래 머무른 팀은 블랙핑크(최장 8주)와 뉴진스(최장 6주)뿐이다.

피프티 피프티는 특히 두 차트에서 진입 기간 내내 순위 상승을 이뤄낸 만큼 5주 연속 진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들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미국 일간 차트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포티파이 성적은 빌보드 '핫 100'에도 반영돼 중요하다.

해외에서 이처럼 반응이 뜨거워지자 그 뚫기 어렵다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도 '큐피드'는 가파른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이 노래는 발매 이래 한 달가량 일간 순위 1천위 밖에 머물다 입소문을 타면서 이달 1일 370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후 242위(3일), 151위(5일), 91위(11일), 64위(14일), 35위(16일), 32위(19일) 등으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 팬덤 위주 기존 흥행공식과 차별화…편한 노래 틱톡서 '파괴력'

전문가들은 '큐피드'의 인기가 기존 K팝 노래의 흥행 공식과는 결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K팝 스타들이 주로 팬덤에 기반한 다운로드에 강세를 보였다면 피프티 피프티는 스트리밍에서 힘을 낸다는 것이다. 이는 노래 자체의 경쟁력에 의한 성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는 듣기 편한 창법을 구사하면서 음악적으로도 기본기와 완성도를 갖췄다"며 "퍼포먼스나 특정 구간의 임팩트를 보여주는 것을 노린 게 아니라 '듣기 좋은 음악'에 주안점을 두고 만들었다는 인상이 있다"고 분석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리더 새나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듣기 편하고 몽글몽글한 느낌의 신스팝이어서 해외 팬들이 먼저 들어주셨다"고 나름의 인기 비결을 짚기도 했다.

이처럼 '칼군무'로 대표되는 퍼포먼스보다 듣기 편한 음악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틱톡 같은 뉴미디어에서 파괴력을 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이 틱톡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챌린지를 통한 홍보에 그쳤다"며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는 좋은 노래를 가지고 틱톡에서 대중의 취향을 사로잡았다. 특히 속도를 원곡보다 높인 버전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는 K팝으로서는 굉장히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팝은 지금껏 미국에서 카리스마 있고 멋진 모습을 보여줘 팬덤을 만들고, 이 팬덤의 힘을 기반으로 빌보드에 진입한다는 전략이 있었다. 이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운로드와 CD 판매였다"며 "그런데 피프티 피프티는 노래를 그냥 열심히 만들었을 뿐인데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큐피드'의 흥행을 두고 11년 전 당시 급부상하던 뉴미디어 플랫폼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다. 팬덤에 기반한 다운로드와 CD 판매가 아닌 유행에 따른 스트리밍을 토대로 한 성과라는 점도 유사하다.

정민재 평론가는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뮤직비디오 속 따라 하기 쉬운 춤 같은 셀링 포인트가 있었지만 '큐피드'는 틱톡 이용자의 자발적인 입소문으로 일궈낸 흥행"이라며 "뉴미디어에서 '빵' 터졌다는 양상은 같지만 그 맥락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 그룹에 대한 관심은 '아직'…팬덤 구축은 과제

가요계에서는 그러나 피프티 피프티가 인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노래에 쏠린 관심을 그룹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정도 규모의 팬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말부터 '큐피드'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가 많이 증가했다. 또 공식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는 이달 초 기준 하루에 1만3천명가량 늘어났다. '큐피드'가 수록된 음반은 일주일에 약 500장 안팎으로 팔리고 있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두고 "음원 관련 지표와 팬덤 관련 지표를 종합해 볼 때 현재 피프티 피프티 관련 이슈는 가수보다는 노래에 더 비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 이슈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큐피드'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을 가수 자신에게로 돌려 걸그룹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쉽게 말해 가수의 인지도가 노래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교롭게도 11년 전 전 세계를 휩쓴 싸이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비슷한 상황을 두고 "흥행에는 곡이 뜨는 경우와 사람이 뜨는 경우가 있는데, '강남스타일' 당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이유는 내 사례는 곡이 뜬 경우였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케이스는) 곡이 나쁘면 그 다음이 보장이 안 된다. 외국인들은 심지어 내 이름을 '강남스타일'로 아는 경우도 있었다"고 짚었다.

피프티 피프티의 현 상황은 이들이 북미 시장에서 라디오나 TV 프로그램 출연 같은 본격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소속사 어트랙트는 최근 북미 시장 주요 음반 레이블과 잇따라 만나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현지에 '얼굴'을 알리고자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진우 위원은 "멤버 각자의 매력도를 높여 팬덤을 늘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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