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5·18 민주화운동 43주년 전야제가 열려 대형 깃발을 든 풍물패가 행진 대열을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기념하는 시민 행사의 꽃인 전야제가 시민들의 큰 호응 속에 성대하게 치러졌다.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특설무대에서 5·18 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주최로 '끝까지 우리는 정의파다'라는 제목의 전야제 공연이 펼쳐졌다.

광주 역사를 통해 광주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하고 오월 정신을 통해 정의를 실천한다는 주제 의식을 담았다.

전야제는 1980년 5월 항쟁 당시 민주화를 외친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재현한 민주평화 대행진으로 막이 올랐다.

수창초등학교에서 시작된 행진은 금남로 특설무대까지 1.6㎞가량 이어졌다.

3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등 정치권 인사는 물론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장애인 단체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5·18 학살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죄한 손자 전우원 씨도 가장 마지막 대열에서 공연을 지켜봤다.

그러나 행사위원회와 갈등 관계에 있는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이례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행진 대열이 특설무대 앞에 도착하자 본격적인 전야제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은 5부로 이뤄진 총체극으로 펼쳐졌다.

최후 진압 작전에서 도청을 사수하다 숨진 고교생 시민군 고(故) 이정연 열사가 광주의 시조(始鳥)인 비둘기로 환생해 지역의 고등학생에게 광주의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줬다.

판소리와 시, 뮤지컬, 합창 등을 통해 예향의 도시 광주를, 전통 타악기 공연과 난타 불 퍼포먼스로 미향의 도시 광주를 표현했다.

임진왜란부터 동학농민운동, 항일 독립운동, 5·18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의향의 도시를 나타냈다.

공연은 출연진들이 모두 나와 '아름다운 강산', '아리랑' 등을 부르는 광주 시민 콘서트로 막을 내렸다.

전야제에 참석한 두암중학교 1학년 이현호(13) 군은 "5월 항쟁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며 "행사 자체는 재밌기도 했지만, 당시에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체험 학습을 통해 5·18의 역사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며 "잊으면 안 되는 가슴 아픈 일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5월 항쟁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민 박진영(44) 씨는 "오월 행사가 하루에 집중된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5·18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일상적으로 5·18을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