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한가위
김종우 | 입력 : 2014/09/26 [21:42]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어 제법 쉴 만 했습니다. 연휴가 길어서 고향을 오갈 때 마다 겪는 교통 혼잡도 분산이 되기 때문에 예년에 비해 덜 할 것이라고 생각 했었습니다. 그런데 연휴 마지막 날 부산에서 서울까지 10시간이상 걸렸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동료로 보이는 사람이 그 옆에 있다 하는 말이 “ 나는 그날 밤 12시에 부산에서 출발 했는데 서울까지 5시간도 안 걸렸다”고 하면서 교통정보를 들어가면서 출발 시간을 정했다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 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습니다. 10시간 이상 걸린 사람은 아마도 풀기 어려운 일이 생기면 골치 아파하고 그러나 좀 지나다 보면 해결 될 것이란 기대로 사는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흔한 모습이니까요. 추석 연휴가 길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없을 것이라고 쉽게 예단하고 별 생각 없이 귀경길에 올랐다 무척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매사 너무 쉽게 생각하고 덤벼들면 이같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쯤 더 생각 했더라면 그 사람도 귀경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대충 잘 될 거란 생각만 가지고 무작정 행동에 옮기면 낭패를 봅니다. 더 잘 할 수도 있고, 더 발전 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 지금에 만족하고 있다면 낭패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 쉽게 구한 것은 쉽게 잃습니다. 너무 쉽게 구한 것은 본질을 잃게 합니다. 본질이 무너지면 삶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향하늘에 비친 한가위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겠지만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 왔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암스트롱이 달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일이 떡방아 찧는 토끼 잡아 먹은 것이니까요. 전설이 무참히 잡아 먹힌 그날 이후 달 보고 소원을 빌어도 그 소원은 허공만 맴돈답니다. 달에 대한 감정이 메말라서인지 달 빛도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허공을 맴돌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소원이 달 빛을 가려서인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변함 없는 것은 달의 공전주기가 27.32일 이란 것과 반지름이 1,738Km 라는 것, 그리고 달도 차면 기운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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