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두 개 묶음 상품이 낱개를 두 개 구매하는 것보다 600원 비싼 경우를 보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묶음 상품’이 있으면, 흔히 소비자들은 ‘낱개 상품’보다 더 저렴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대부분의 ‘묶음 상품’이 저렴하다. 그러나 실제로 단위 당 가격을 비교해보면 여러 개 묶여있는 제품이 단 몇 십 원이라도 비싼 경우가 있다. 물론 상품 진열대에는 상품 가격 밑에 단위 당 가격이 제대로 적혀 있다. 결국 소비자가 눈뜨고 코 베이는 것이 아닌가. 소비자들의 부주의함을 노린 건가 싶을 정도이다. 12일 저녁 방문한 충남 천안의 A마트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있었다. 바디피트 여성용품 40g이 3개 묶여있는 상품이 11,500원인 반면, 동일한 제품이며 20g인 상품은 990원으로, 6개 가격은 5,940원이었다. 묶음 상품과 낱개 상품이 꽤 떨어져있어 낱개 상품을 보지 못한 소비자는 더 비싸게 구매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행사제품이라고 광고를 하며 싸게 파는 ‘척’을 하는 경우도 있다. 11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의 B마트에서는 행사제품으로 따로 설치된 매대에서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그란데라떼를 1,77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단위가격은 100ml 당 333원이었다. 그러나 음료 코너로 가서 찾은 동일한 제품 역시도 1,770원이었고, 단위가격은 100ml당 590원이었다. 실제로는 단위 가격이 590원으로 맞지만, 행사 매대에서는 잘못된 정보로 더 할인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형 마트는 마케팅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알게 모르게 여러 상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1+1이나 2+1에서부터 4+3까지 다양한 증정 행사 제품이 있다. 사실 1+1은 미끼 상품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는 소비자들의 방문이나 신제품의 광고 목적이 더 크다. 최근 없어서 못 팔던 롯데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출시 초반에는 1+1으로 팔던 상품이었다. 또한 마트 쇼핑에서 빠질 수 없는 카트에는 카트를 채우기 위한 마케팅의 비밀이 있다. 카트는 철망 구조로 다른 사람의 카트와 비교를 하기 쉬워, 본인의 카트를 더 채우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카트의 크기와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카트를 채우고자 하게 되어 상품을 필요 이상으로 구매하기도 한다. 여러 상품 마케팅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12일 저녁 충남 천안의 A마트에서는 백설 올리브유 900g 3개 묶음 상품이 19,350원인데, 900g 짜리 낱개 상품 구매 시 동일 상품을 하나 더 증정하는 1+1 행사로 2개가 12,600원이었다. 묶음 상품은 개당 6,450원이며, 1+1 상품은 개당 6,300원이었다. 소비자는 묶음 상품과 1+1 상품 중 선택을 해야만 했다. 결국 대형마트 안 소비자는 수많은 마케팅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현혹되지 않으려면 소비자는 단위가격부터 동일 제품의 가격 변화까지 많은 것을 고려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마트 방문 이유에 편리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마트는 소비자를 위해 가격 정보는 깨알 같은 크기로 적어놓는 단위 가격보다는 더 나은 방법으로 투명하게 제공해 주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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