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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종, 조선 천년을 그리다 (26)

신현덕 / 언론인, 문학박사 | 기사입력 2015/05/17 [10:59]

[연재] 세종, 조선 천년을 그리다 (26)

신현덕 / 언론인, 문학박사 | 입력 : 2015/05/17 [10:59]

훈민정음에 심은 실용 코드

세종은 책자 훈민정음을 만들며 엄청난 코드를 그곳에 숨겼다. 글자를 설명하는 내용을 보자. 세종 28년(1446년) 9월29일 실록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를 보면 글자 하나하나를 다 설명했다. 집현전 학자들과 동궁과 세자들이 포함된 TF에서 정리한 글자(음소)에 대한 것이다. 훈민정음의 특징을 가장 간편하면서도 알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 실제를 들면서 규정을  풀어 나갔다.

세종이 심은 코드는 첫째, 글자의 발음에 음양오행과 이기론의 철학을 담았다. 글자의 이름은 없지만 발음을 가르치려고 한 부분이다. 둘째, 나란히 쓰는 방법이다. 즉 각자병서라고 하는 요즘은 ‘쌍기역’ 등으로 불린다. 셋째,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 넷째, 순경음을 쓰는 방법이다. 다섯째, 다른 글자를 붙여 쓰려면 나란히 쓴다. 합용병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ㄵ, ㅀ 등처럼 쓴다. 여섯째, 하늘로 시작된 중성을 쓰는 방법에다가 숭고한 하늘의 사상을 숨겼다. 일곱째, 글자는 모아서 쓴다. 영어처럼 풀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모아써서 한 글자가 한 음절이 됨을 이렇게 설명했다. 여덟째, 사성(四聲)이 있다.

8가지로 우리글을 설명하는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이 요점 부분만 설명하면 훈민정음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원칙 강의는 끝이다. 그 글자들 사이사이에 민족혼이 담긴 코드를 심어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백성에게 나라를, 민족을, 그리고 사랑을 가르쳤다.

"ㄱ은 아음(牙音)이니 군(君)자의 첫 발성(發聲)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규(虯)자의 첫 발성(發聲)과 같고, ㅋ은 아음(牙音)이니 쾌(快)자의 첫 발성과 같고,ㆁ은 아음(牙音)이니 업(業)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ㄷ은 설음(舌音)이니 두(斗)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담(覃)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ㅌ은 설음(舌音)이니 탄(呑)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ㄴ은 설음(舌音)이니 나(那)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ㅂ은 순음(脣音)이니 별(彆)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보(步)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ㅍ은 순음(脣音)이니 표(漂)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ㅁ은 순음(脣音)이니 미(彌)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ㅈ은 치음(齒音)이니 즉(卽)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자(慈)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ㅊ은 치음(齒音)이니 침(侵)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ㅅ은 치음(齒音)이니 술(戌)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사(邪)자의 첫 발성과 같고, ㆆ은 후음(喉音)이니 읍(挹)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ㅎ은 후음(喉音)이니 허(虛)자의 첫 발성과 같은데 가로 나란히 붙여 쓰면 홍(洪)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ㅇ은 후음(喉音)이니 욕(欲)자의 첫 발성과 같고, ㄹ은 반설음(半舌音)이니 려(閭)자의 첫 발성과 같고, ㅿ는 반치음(半齒音)이니 양(穰)자의 첫 발성과 같고,ㆍ은 탄(呑)자의 중성(中聲)과 같고, ㅡ는 즉(卽)자의 중성과 같고, ㅣ는 침(侵)자의 중성과 같고, ㅗ는 홍(洪)자의 중성과 같고, ㅏ는 담(覃)자의 중성과 같고, ㅜ는 군(君)자의 중성과 같고, ㅓ는 업(業)자의 중성과 같고, ㅛ는 욕(欲)자의 중성과 같고, ㅑ는 양(穰)자의 중성과 같고, ㅠ는 술(戌)자의 중성과 같고, ㅕ는 별(彆)자의 중성과 같으며, 종성(終聲)은 다시 초성(初聲)으로 사용하며, ㅇ을 순음(脣音) 밑에 연달아 쓰면 순경음(脣輕音)이 되고, 초성(初聲)을 합해 사용하려면 가로 나란히 붙여 쓰고, 종성(終聲)도 같다. ㅡ·ㅗ·ㅜ·ㅛ·ㅠ는 초성의 밑에 붙여 쓰고, ㅣ·ㅓ·ㅏ·ㅑ·ㅕ는 오른쪽에 붙여 쓴다. 무릇 글자는 반드시 합하여 음을 이루게 되니, 왼쪽에 1점을 가하면 거성(去聲)이 되고, 2점을 가하면 상성(上聲)이 되고, 점이 없으면 평성(平聲)이 되고, 입성(入聲)은 점을 가하는 것은 같은데 촉급(促急)하게 된다.”

이를 보면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 다만 현재의 발음과 다른 것들이 눈에 띈다. 규(虯)의발음이 당시는 ‘뀨’였음을 추정하게 하는 부분이다. 이처럼 현재의 담(覃)은 땀, 보(步)는 뽀, 자(慈)는 짜, 사(邪)는 싸, 홍(洪)은 (지금은 없어짐)이었다. 또 같이 ㅇ발음으로 사용하는 글자도 당시에는 발음이 서로 달랐다. 업(業)은 , 읍(挹)은 , 욕(欲)은 소리 없는 욕, 즉 ㆁ, ㆆ, ㅇ이 같은 표기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 반치음이 사용된 도 양으로 쓰인다. 술(戌)자도 당시는 슐이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이야기했던 393억 소리를 표현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훈민정음에 심은 비밀 코드

세종은 책자 훈민정음을 반포하면서 비밀코드를 심었다. 중국에 대한 반역의 코드였다. 반(反)중국 혁명이었다. 중국에서 알았더라면 절대 용납 못할 코드를 심어놓고 반포했다. 아버지인 태종에게서 물려받은 뿌리 깊은 사상을 담았다. 세종은 아버지가 자기에게 곧바로 왕위를 다 물려 주지 않은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태종은 세종에게 군권은 물려주지 않았다. 태종이 아버지 태조의 옹립에 최고의 공신이었다. 그러면서 나라를 세운 최고의 개국 공신이었다. 그렇게 된 데는 널리 알려진 대로 힘이 있어 가능했다. 그 힘으로 새로 세운 나라를 반석에 올려놓는 것이 태종의 목표였다.

태종은 아들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있으랴. 그러나 태종은 자식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다. 큰 자식(양녕)을 세자 자리에서 끌어 내리면서 피눈물을 흘렸다. 양녕을 위해 처가와 외가의 영향력을 다 제거했다. 세자에게 잘못이 있으면 덮었다. 그 때마다 그를 비호했다.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으나 끝내 나라를 책임질 자세가 부족함을 알았다.

충녕에게 나라를 맡기려 했으나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군권은 태종이 가졌다. 태종만이 군사를 합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왕도 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해놓고 지켜보았다. 여차하면 왕인 세종도 자기가 가진 군권을 이용해 끌어내릴 셈이었다. 태종이 군권을 끝까지 내어 놓지 않은 이유였다. 생각해 보면 태종은 엄청난 내공을 쌓은 왕이었다.

조선 건국은 태조가 아니라 태종이 했음을 알 수 있다. 태조는 태종에 의해 추대된 상징성을 가진 왕일뿐이었다. 고려사를 일차 편찬한 것도 아버지로 상징되는 조선의 뿌리를 심는 것이었다. 그리고 종묘 한 구석에 고려 공민왕을 모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종은 이런 아버지의 뜻을 따라 조선을 조선으로 높이는 일을 은연중에 시행했다.

세종은 훈민정음에 선민사상을 담았다. 훈민정음 반포는 글자의 공포가 아니라, 조선 백성이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훌륭한 민족임을 내외에 선포한 것이다. 최고의 선민이었다. 세종은 “나라말이 중국과 다르다.”는 것으로 중국과 거리를 둔다. 말이 다르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말이 다르다는 것은 모든 것이 다름을 뜻한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우리 전하는 하늘이 낳은 성인”이라고 했다. 그냥 추켜세우는 말이 아니라 “정음의 제작은 전대의 것을 본받은 바도 없이 자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강조하며 하늘을 대신하여 이룩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직 알지 못하는 도리를 깨달아 이것을 실지로 시행하여 성공했다”

정인지가 동국정음 서문에서 그 깊은 뜻을 밝힌다. “우리나라는 안팎 강산이 자작으로 한 구역이 되어 풍습과 기질이 이미 중국과 다르다”고 말하면서 그 원인으로 “지방이 다르고, 지세가 다르다”는 것을 들었다. 조선어가 중국어에 대하여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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