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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종, 조선 천년을 그리다 (30)

신현덕 / 언론인, 문학박사 | 기사입력 2015/06/12 [22:23]

[연재] 세종, 조선 천년을 그리다 (30)

신현덕 / 언론인, 문학박사 | 입력 : 2015/06/12 [22:23]

백성을 위한 정책

훈민정음은 가장 간결하고도 쉬운 글자로써 백성을 위했다. 독립사상과 실용사상 외에 백성을 위하는, 백성이 주인이 되는 사상을 몰래 감췄다. 위민(爲民)을 강조한 것이다. 세종이 심은 세 번째 꿈이다. 백성들이 자기의 생각을 전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은 훈민정음 서문에 “우매한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라고 했다.

 

세상에서 만든 목적을 확실히 백성을 위한 것임을 밝힌 유일한 글이다. 하지만 한자(漢字)는 문자가 생겨나는 과정에 적합하게 저절로 탄생한 글자일 뿐이다. 조선에서 많은 이들이 중국 한자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제대로 교육하는 기관도 별로 없었고, 미디어가 지금처럼 발달되지 않아 교정할 기간도 없었다. 세종은 이를 바로 잡기 위해 글자 훈민정음을 만들고는 처음으로 중국의 운회를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백성들이 조선 공식문자인 한자를 바르게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세종은 26년(1444) 2월16일 동궁과 진양대군, 안평대군에게 운회번역을 관장하게 했다. 집현전 소속의 교리 최항을 비롯해 박팽년, 신숙주, 이선로, 이개, 강희안 등에게 명령하여 의사청에서 일을 진행토록 했다.

 

한자의 정확한 음을 아는 경우가 드물어 백성들을 위해 우선 중국의 한자음을 정확하게 표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한자의 음은 읽는 사람마다 달랐고, 또 학문에 정통하지 않는 어떤 이들은 비슷하게 유추하여 틀린 음으로 읽기도 했다. 공식문자의 활용이 엉망이었다. 훈민정음을 제작이유에 맞게 활용하기 위한 본격적인 국가적 사업이 시작됐다.

 

훈민정음을 이용하고 제대로 표현하며 더 낳은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언문청을 세웠다. 백성들도 글과 문리를 터득해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기관이었다. 언문청과 그 소속 관리들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세종 31년(1449) 1월27일 언문청에 근무하던 이현로는 동료의 부당한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면서 벌할 수 없다는 기사가 보인다.

 

또 세종은 29년(1447) 7월1일 언문청, 양반의 자제를 뽑아 만든 군인인 별시위 등 일부 특수직 관리들에게 별도(別到)라는 포상을 주고자 한다며 의정부에 지시했다. 별도란 나라와 왕실을 위해 공을 세웠거나 근무를 착실히 하여 남에게 모범이 되었을 경우에 근무일수를 더 쳐주는 제도였다. 요즘으로 말하면 근로자들이 위험한 일을 하거나, 벽지에서 근무하거나, 충실하게 근무한 사람 등에게 특별히 고과점수를 더 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별도를 주는 것은 일정기간이 지나야 승진하게 되는 관리들이 조기에 승진할 수 있는 특혜였다. 세종은 반대가 있을 것을 미리 알고, 별도를 준다고 해도 분수에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시행토록 한다.

 

언문청 관리들에게 세종이 특별한 관심과 배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자 좌의정 하연, 우의정 황보인, 좌찬성 박종우, 우찬성 김종서, 우참판 정갑손이 군사들의 경우를 들어 반대한다. 군사들에게 별도를 주게 되면 몇 년 지나서는 그들의 품계가 너무 높아진다는 이유였다. 만약 포상을 하려면 물건이나 금전 등으로 하는 것은 족하나 직급을 올려 주는 등의 포상은 불가하다고 반대한다. 이들은 세종이 언문청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라 언문청 이야기는 꺼내지 않은 채 전체 계획을 거부했다.

 

세종은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내 마땅히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겠다.”고 굽히지 않았다. 세종이 언문청에 가졌던 특별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록을 찾지 못했다.

 

언문청은 중종 때(1506년)에 와서 “언문청을 혁파했다.”는 기사로 해체되었음을 겨우 알게 된다. 중간에 정음청이라는 기사가 자주 보이는데 언문청과 어떤 관계인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불교사상을 몰래 심었다.

 

훈민정음은 33장 1책으로 되어 있다. 우연일수 있겠지만 33은 불교에서 말하는 서른세 개의 하늘을 나타내는 숫자다. 그런데 이 숫자가 우연이라고만 말하기에는 조선의 기록이 많다. 불교에 관한 것들이 자주 눈에 띈다. 불교에서 말하는 33천 사상과 훈민정음의 장수가 33으로 같다.

 

미디어 조계사 사이트에서 따온 글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곳에서 타종 의식을 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종교적 의미와 민족적 의미가 있다. 우리 불교의 우주관 28계 33천(도리천) 사상에서 타종의식이 비롯되었다. 새벽이 열리는 인시(새벽 4시)가 되면 도리천 또는 33천 사상의 하늘을 상징으로 33번 타종한다. 저녁 유시(저녁 6시)에는 깨달음의 세계 28계층 사상의 하늘을 상징으로, 28번 타종한다. 매년 새해 0시에도 33번 타종한다. 타종의 궁극적인 목적은 밝아오는 새해에 나쁜 기운은 종소리에 희석되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무병장수하여 원하는 바를 이루며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백성들을 위하여 만든 글이므로 불교의 사상과 일치한다.

 

박창원은 저서 ‘훈민정음’에서 한자로 된 즉 ‘國之語音……’은 “모두 54자의 한자로 되어 있고, 이 부분을 우리말로 번역한 부분은 한자본의 두 배인 108자로 되어 있다.”고 했다.

 

김영욱은 이를 저서 ‘한글’에서 “108은 불교적인 상징성이 큰 숫자이다. 그것은 인간의 백팔번뇌를 상징하기 때문이다.”며 불교 사상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그는 “훈민정음 서문의 한글 번역문이 108개의 음절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서문을 한글로 번역할 때에 글자 수를 의도적으로 108개에 맞춘 흔적이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당시 한글 번역문은 축차적이어서 한자(漢字) 한 글자에 한글이 대응되도록 번역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글 번역본에서 한자의 ‘不相流通’중 유(流)가 번역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해본의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에서 ‘서르’는 상(相)에 해당하고, ‘사맛디’는 통하다는 뜻이며, 유(流)에 해당되는 번역문이 없다는 것이다. 번역했더라면 110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가 이를 의도적으로 피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았다.

 

108자에 맞추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했을 것이란다. 김영욱은 “한글을 통하여 백성들의 번뇌가 소멸되고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바라는 불심이 담겨 있었던 것임에는 틀림없다.”며 세종만이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불교와 관련하여 왕이 아니면 하지 못할 일들이 실록에 들어 있다. 세종이 내불당을 건립하려하자 신료그룹이 거세게 반발한다. 유학을 숭상하면서 불교를 같이 믿음은 불가하다는 신하들의 상소와 직언이 빗발쳤다. 세종도 지지 않는다.

 

정인지 등이 상소를 하자 세종은 23년 12월 9일 그에 대한 대답으로 “대저 임금의 허물을 얽고 짜는 것은 소유들의 짓이다. 그 부모들은 집에서 염불하고 경을 읽어도 그 아들이 간하여 그치게 못하면서, 조정에 와서는 남의 상소함을 인하여 임금의 허물을 꾸미는 것이 옳은가”며 물러서지 않았다.

 

불교에서 사용하는 염주도 108개요 절도 108번을 한다. 이처럼 불교에서 “108이란 숫자는 ‘매우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108번뇌란 사람이 끊어야 할 번뇌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하며 불교학이 발달하면서 108의 의미가 정확하게 산출되었다고 한다. 사람의 감각 6개(눈, 귀, 코, 혀, 몸, 생각)가 감각의 대상인 6가지를 접촉할 때 ‘좋고, 나쁘고,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세 가지로 느껴 18개의 번뇌가 된다고 한다. 이 18가지가 각각 더러움과 깨끗함이 있어 36가지가 된다. 이를 다시 과거 현재 미래 세 가지씩 있다고 보면 108가지가 된다.

 

이처럼 번뇌에 가득 찬 현세를 벗어나며, 희망이 넘치는 미래 조선의 꿈을 훈민정음 서문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세종뿐이었다는 것이다. 세종이 아니면 유교를 국교로 믿는 상황에서 왕명을 어긴 죄인이 된다. 즉 오훼제서율에 저촉되는 것이다. 세종이 직접 훈민정음을 만든 것이 증명을 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백성을 위한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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