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 무대
김종우 | 입력 : 2015/12/04 [09:57]
요즘 격투기 가운데 UFC가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무자비하게 상대를 두둘겨 패고 짓눌러서 상대를 제압하는 경기입니다. 인간의 잔인성을 상품화한 것 이지요. 싸움이 시작되면 인간은 동물이 되고 맙니다. 숨어있던 잔인성이 마각을 드러냅니다. 이긴 자는 승리에 도취해 환호하지만 패배자는 쓸쓸히 무대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승자는 오래 기억되고 패자는 기억 속에서 곧 사라져 버립니다.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이라는 동물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지요. 역사는 승자위주의 기록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역사는 그들 만의 무대는 아닙니다. 묵묵히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승리자의 뒷면에서 한숨과 눈물로 보낸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강렬한 아픔의 바다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역사의 승리자는 기록되지 않는 이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그들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는 자의 것이 되어야 합니다. 여와 여, 야와 야 그리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경찰과 시위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 덥힌 오늘도 무대를 만들어 주는 자는 묵묵히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모두 자기 자리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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