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가 사는 법
김종우 | 입력 : 2016/02/05 [22:58]
얼마 전 구피라고 하는 아주 조그만 열대어 몇 마리를 분양 받아와서 기르고 있습니다. 먹이는 마트에서 사다 가끔 생각나면 좁쌀알만큼 씩 떼어주고 있습니다. 또 며칠에 한번 씩 물만 갈아주면 되니 참 키우기 쉬운 물고기 인 것 같습니다. 밥투정도 안하고 노는 공간이 좁다고 짜증도 안 부립니다. 좁은 공간을 아주 넓게 쓰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속에 또 다른 세계가 있는 듯합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일생동안 다니는 동선을 따라가 보면 동선이 그리 길지도 넓고 복잡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냥 모르고 지낼 뿐입니다. 어항 속의 고기들 같이 말입니다. 어항 속을 보고 있노라면 구피들이 낮 설고 외딴 아주 좁은 공간으로 이사와 정붙이고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정체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어둠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도 정체성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갑자기 어두워지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는 어둠에 익숙해 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야 합니다.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나와도 잠시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도 역시 밝음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 주변 환경에 익숙해지면 움직이는 것입니다. 어항속의 구피처럼 말입니다. 어항속의 구피는 좁은 공간을 넓은 바다같이 활용하면서 유유자적합니다. 무서움과 아픔등 온갖 형태의 모습으로 협박받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입니다. 내가 서있는 곳에서 나의 존재에 대한 의미를 알면 어떤 두려움도 내려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주 좁고 작은 어항을 유유자적하는 구피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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