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메일 한통
김종우 | 입력 : 2016/03/07 [17:06]
며칠 전 나는 내가 아는 사람가운데 이기심이 너무 가득해 상대하기를 꺼렸던 사람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낮은 자세로 남을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겠노라는 그럴듯한 내용이었습니다. 속이 간교한자가 갑자기 선의 탈을 쓰고 그럴 듯한 말장난으로 자기를 합리화 시키는 것이 우습게 느껴진 것은 그에 대한 나의 선입관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메일을 보고 과연 나는 어떻게 남들에게 비쳐지고 있는가? 생각해봤습니다. 주위에서 손가락질 받으면서 그것도 모른 체 군림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위선의 탈을 쓴 자와 뉘우침의 탈을 쓴 자를 구분할 줄 아는 척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위선의 탈을 쓴 자는 욕심이 덕지덕지 싸여있고 고약한 냄새가 천지를 진동합니다. 돌아보니 이 냄새가 더럽다고 피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뒷맛이 떨떠름했던 이 메일 한통은 보낸 사람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계기는 되지 못했지만 나를 여러 각도에서 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짢던 기분이 다소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매일 나를 돌아보아야겠습니다. 나를 매일 매일 돌아보는 것은 염려와 근심으로부터 축복과 희망으로 이어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메일은 나에게 큰 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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