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과 C형 간염 치료제 발달로 국내에서도 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간암 발생률이 조절될 것으로 예측되면서,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비알콜성 지방간’에 주목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간염 바이러스성 간질환이 상대적으로 간암으로의 진행에 주요인이었다면, 향후에는 비알콜성 지방간이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게는 전 인구의 약 1/3까지도 지방간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지방간 보유자 중 간암 위험군만을 추려낼 수 있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C형간염은 치료제로 완치가 되는 것과 달리 B형간염이 완치에 한계가 있는 것도 숙제다. 이에 최근 명지병원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간심포지엄에서 연자로 참석한 미국 스탠포드대학병원 소화기내과 레이킴 주임교수를 만나 간암 발병요인의 변화와 향후 치료방향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레이킴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메이요 의과대학에서 펠로우십을 마쳤으며, ‘Hepatology’ 저널 부주필(편집장), 미국간학회(AASLD) 임상연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 개발위원회 의장과 재무 담당을 역임하고 있다. 메이요 클리닉 재직 중 간이식 수혜자 선별지수인 MELD 체계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며, B형 및 C형간염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 치료제 발달로 향후 지방간이 간암 발생 주요인으로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렇다. 그간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치료제가 발달하면서 앞으로 10년 내에 간암 발생률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이 줄어들면 사실상 남는 문제는 비만 등으로 인한 지방간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지방간이 중요한 간질환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 인구의 1/3이 지방간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모든 인구를 다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에 더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어떻게 찾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중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정보가 없다. 다만 지방간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간암이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간암 발생 확률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한국은 특히 B형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률이 많이 줄어들 것이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꼽히는 귀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국도 결국 미국과 같은 상황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에서의 비만 문제나 치료 여부에 따라서 트렌드는 바뀔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B형간염 환자가 많은데, B형간염과 지방간이 같이 있는 것이 간암 발생에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은 적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B형간염 완치에 더 집중할 필요는 없나.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구조적으로 틀리기 때문에 C형간염은 완치가 되더라도 B형간염은 완치가 어렵다. 현재 B형간염을 완치시킬 수있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무엇을 완치로 볼 것인가가 중요하다. B형간염 치료 과정에서 S항원이 없어지더라도 바이러스 DNA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다. 결과적으로 B형간염 DNA가 없어져야지만 간암 발생 위험이 줄어들 수 있고, 그 다음으로 S항원을 없앤다면 더 가능성을 줄이겠지만 완치 가능성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B형간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위험을 줄이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물론 지방간에서도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비만 환자의 지방간만 치료한다고 해서 건강 자체가 증진되는 것은 두고 볼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이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사실 비만 환자는 지방간 치료제보다는 체중 감소나 생활습관 개선 등 전반적인 치료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 면역요법 기반의 B형간염 치료제는 완치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주목되고 있지 않나. 물론 B형간염은 여전히 간 전문의들에게 중요한 관심분야다. 현재도 면역기반 요법의 치료제에 대해 다수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면역요법 기반의 치료제 외에도 B형간염 바이러스 코어(HBV core) 억제제, 체크포인트 억제제 등 여러 약제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현재는 이러한 치료제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어떤 것들이 향후 주요 치료법으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항바이러스제와 이를 강화하는 약물, 면역 증강 약물 등 2~3가지 약제를 복합적으로 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이는 2~3년 정도 후에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 미국 암 예방 연구 자료를 보면 남자는 체질량지수 35 이상의 초고도 비만에서 간암발생 위험도가 급증한다고 돼있다.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하나. WHO에 따르면, 서양인과 동양인은 비만 분류기준이 다르다. 미국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 35 이상이면 초고도 비만으로 분류하는데, 동양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초고도 비만이다. 생리학적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에 체질량지수가 같다면 동양인에서 더 리스크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인 초고도 비만 동양인 환자에게 생기는 간암 발생 위험률이 체질량지수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 서양인 환자와 동일할 것이냐는 데이터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비만율과 비만에 의한 간암이 어떻게 증가할 것인지다. 미국에서 비만율은 30년 사이에 3배가 늘었는데, 비만이 늘어난 것처럼 간암이 늘어나진 않고 있다. 비만에서 지방간을 거쳐 간암까지 진행되는데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20~30년 후에는 미국에서 간암 발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비만율이 차차 높아져서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 건수가 높아지겠지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간염으로 인한 간암 발생 정도를 뛰어넘을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다고 본다. – 비만이니만큼 가정의학과 등 다른 과와의 협진이 필요할 것 같다. 맞다. 미국 간학회에서도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이 다른 과와의 협진이다. 그간 학회에서는 C형간염에 주목해왔지만, 치료제 발달로 C형간염은 더이상 중요한 질환이 아니게 됐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알콜성 간경화와 비알콜성 지방간 등인데, 비만 환자 대부분이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문제를 안고 있다. 학회에서는 지방간으로 인한 간암 발생 등 간 자체를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과와의 협진을 통해 비만 환자의 여러 질환을 총체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비만클리닉과 간클리닉이 협진을 통해 비만 환자의 치료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 이번 국제심포지엄의 성과와 향후 간질환 치료 방향을 전망하자면 간암과 간 질환은 치료 과정에서 종양 위치, 혈관 연관 여부, 간경화 정도, 종양 갯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생물학적 기전이 온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어 여전히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치료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행사처럼 유용한 경험적 지식이나 진단 방법 등에 대한 각 국가간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임상현장에서 간질환 치료 예후를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별 것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최첨단 개념이다. 최신 지식만 연구하기보다는 현재까지 쌓여온 지식을 어떻게 유용하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면도 고려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간 분야 의료진은 수술과 치료 경험이 풍부하고, 임상시험 참여가 활발하기 때문에 이들과의 정보 교류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앞서 언급한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정보 확보도 중요하다. 현재도 여러 유전적 기전이나 돌연변이에 대한 정보가 확보되고 있지만, 너무나도 큰 범위 내에서 여기저기 분리돼 나오다보니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처럼 이해가 부족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이러한 상황은 반복되고 있는데, 앞으로도 비전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결국 C형간염도 정복한 것처럼 간암을 비롯한 간질환도 전반적으로 정복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본다. 덧붙여서 미국에서는 간암 환자의 간 이식이 활발한데, 간 공여자수가 적어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순위를 가릴 수 있는 점수 체계를 만들었는데, 간암 환자는 간부전 환자에 비해 비교적 간기능이 정상이어서 간 이식 순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간암 환자에게는 적절한 수치로 보너스를 줘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간암환자들이 공평하게 간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 본기사는 세종경제신문과 콘텐츠 제휴 협력사인 청년의사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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