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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노든'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국익'

오바마 미국대통령 17일 273명 사면 및 감형, 미국 전쟁 민낯고발 매닝 전 일병도 감형대상 포함, 미국사회 찬반 논란 일어,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2017/01/19 [11:55]

영화 '스노든'과 내부고발자 그리고 '국익'

오바마 미국대통령 17일 273명 사면 및 감형, 미국 전쟁 민낯고발 매닝 전 일병도 감형대상 포함, 미국사회 찬반 논란 일어,

민경중 대표기자(한국외대 초빙교수) | 입력 : 2017/01/19 [11:55]
 

미국에서는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간) 64명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고, 209명의 형을 줄여주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닐 에글스턴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들 273명은 미국이 용서의 나라이며 열심히 일하고 사회에 복귀할 의지를 보이면 제2의 기회를 준다는 것, 과거의 잘못 때문에 개인이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빼앗지는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감형과 사면 조치는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는 사법당국의 권한을 제한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이후 재소자 1385명에게 감형 혜택을 부여한 바 있습니다. 이는 전임 대통령 12명이 집권기간 단행한 조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수치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하고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서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는 이런 수치로도 입증이 되고 있습니다.

 감형 대상의 핵심 첼시 매닝 전 미 육군일병

 이번 감형 대상자중에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은 첼시 매닝 전 육군 일병입니다. 육군 정보분석관으로 일했던 매닝 전 일병은 지난 2010년 전쟁의 민낯을 밝히는 약 70만 건의 군사기밀을 인터넷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혐의로 징역 35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었습니다.

 이번 조처로 2045년에 출소 예정이던 매닝 전 일병은 7년만인 오는 5월 17일에 풀려나게 됐습니다.

 매닝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밀자료 유출자로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저지른 이면을 폭로한 내부고발자입니다.

 2009부터 2년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 분석병으로 근무하면서 수집한 전쟁 관련 비디오와 기밀문서, 국무부 외교전문 등 70만여건을 위키리크스에 넘긴 바 있습니다.

 특히 2007년 7월 바그다드 상공의 아파치 헬기에서 미군들이 비디오게임 하듯이 민간인을 향해 기총소사해 10여명이 숨진 과정을 담은 동영상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참혹상을 가감없이 폭로한 바 있습니다.

 처음 폭로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의 이름은 브래들리 매닝이었습니다. 원래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징역형을 선고 받은 뒤에 이름을 첼시 매닝으로 바꾸고, 자신이 여자라고 선언했습니다. 또 성전환 수술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변호인 측은 매닝 전 일병이 그동안 두 차례 자살을 기도했다면서, 이번 감형 조처는 매닝 전 일병의 생명을 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위키리크스 매닝 감형 “환영”, 미국내 여론 엇갈려

 지난 2010년 매닝의 자료를 폭로했던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매닝의 감형을 ‘승리’라고 환영했습니다.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도 트위터를 통해 “매닝의 사면을 위해 힘쓴 모두에게 고맙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미 국가정보국 NSA의 무차별 도감청 사실을 폭로하고 현재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전CIA 정보관 스노든도 트위터를 통해 매닝 전 일병의 감형을 축하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스파이 행위를 부추기는 심각한 실수”라고 했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에드워드 스노든, 줄리안어산지의 근황은?

 전 CIA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2013년 6월부터 임시망명조건으로 현재 러시아에서 애인과 함께 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폭로사이트인 위키리스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영국의 에쿠아도르 대사관에서 지난 2012년부터 정치적 망명상태로 머물고 있습니다.

 아산지, 에드워드 스노든, 매닝 전 일병 삼인은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부나 정보기관, 군조직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이라는 점.두 번째는 국익이 우선이냐 인권이 우선이냐 논란을 불러일으킨 인물들이라는 점.세 번째는 수감된 매닝을 포함해서 3명 모두 사실상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채 자신들이 원하는 곳이 아닌 곳에 묶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뛰어난 지능과 컴퓨터에 정통한 실력을 갖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은 20대 중반에 CIA와 미 국가 정보국 NSA 등 미국 내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최고의 전문가로 일했던 인물입니다.

 9.11테러이후 미국은 ‘정보기관이 제대로 사전에 테러를 막지 못했던 것은 CIA같은 정보기관의 무능때문’이라며 부시대통령은 NSA를 중심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도청과 감청을 무차별적으로 진행해 왔던 것입니다.

 테러의 위협을 사전에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정보기관들은 테러혐의자는 물론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 수상 같은 우방국 지도자, 심지어 일반인들의 사생활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지구 전역을 거미줄처럼 엮고 무차별 사찰활동을 벌였습니다.

 당시 CIA에 이어 NSA에 근무했던 스노든은 기대했던 오바마 정권마저 이 심각한 문제를 외면하고 특히 2013년 미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클래퍼 NSA국장이 “우리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은 채 임무수행하고 있다”는 거짓 답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부 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국에 대한 애국심으로 CIA에 발을 들여놓은 지 9년만에 그는 홍콩에서 다큐감독과 영국의 가디언지 기자를 불러 자신이 수집했던 정보를 모두 털어 놔 전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미국의 전 CIA부국장은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선물로 스노든을 넘기라”고 러시아측에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즉각 이를 일축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자국에 임시망명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거주허가를 2년 더 연장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러시아의 이같은 반응은 전 CIA 부국장인 마이클 모렐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맞춰 스노든을 미국에 넘기는 선물을 할 멋진 기회를 갖고 있다”는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나온 조치이기도 합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전 CIA부국장이 스노든의 러시아 거주허가가 2년 더 연장됐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가장 우스운 일이다. 모렐 부국장이 한 제안의 핵심은 배반의 이데올로기다”라며 스노든을 넘기라는 미국측의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때마침 스노든은 미국에서는 더욱 화제의 인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스노든의 기밀폭로과정을 담은 영화 ‘스노든’(올리버 스톤감독)가 미국에서 개봉된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주에 개봉됩니다.

▲ 영화 '스노든'의 한장면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를 경험한 젊은 청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조국을 지키겠다는 애국심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며 최고의 전문가로 올라서지만 일반인들의 인권과 사생활은 테러방지라는 목적 앞에 무용지물이 되는 현장을 목도합니다.

 그는 이런 불법적인 도감청을 자행하는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을 누군가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결국 언론에 폭로를 결심합니다.

 특히 ‘스노든’ 영화를 제작한 감독이 바로 유명한 올리버 스톤 이라는 점에서 더욱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가차 없이 비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번 영화 '스노든'에서도 변함없이 미국 사회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베트남전의 참상을 시리즈로 그린 플래툰을 감독했고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른 닉슨, 케네디대통령 암살을 다룬 JFK, 7월 4일생, 월스트리트 같은 시대를 풍미하는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스톤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기름기를 빼고 영화라기 보다 마치 한편의 사실적 다규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연배우로 출연하는 조셉 고든은 실제인물인 스노든과 싱크로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서 스노든조차도 깜짝 놀랐다는 반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국익이 우선? 인권이 우선?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수많은 내부 고발자들이 있었지만 항상 조직을 배반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혀 고초를 겪었습니다.

 지금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만 봐도 문건을 폭로했던 경찰관이 수사 압박에 자살하거나 국정원 직원이 도감청 의혹에 연루됐다가 마티즈 안에서 자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내부고발보다는 비극적 결말이 많은 우리나라의 실정입니다.

 소설가 조지오웰은 책 ‘1984’에서 전체주의,감시국가로 변질되어가는 세상을 예고했고 지금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냉전체제의 부활 및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세계화속에 국가는 국민의 행복과 기본권 보다 국가의 안위와 국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 ‘스노든’은 국정원 불법도청이나 해킹으로 사생활 침해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바로 현실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신들이 만약 스노든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거대한 조직 앞에서 진실을 꽃피울 것인가 눈감을 것인가” 끊임없이 묻고 있습니다.

 “절대 권력앞에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 방어 논리를 펼치고 있는 안종범, 정호성, 김종 같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꼭 한번은 우리 공무원들이나 대기업 조직에 녹아있는 직장인들이 관람할 영화이기도 합니다.

 스노든 영화에는 최근 뉴스의 인물로 부각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일부 관여되어 있습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무차별적인 정보수집을 폭로했을 때 정면 비판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UN이 당시 미 국가안보국의 불법 사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친미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반 전 총장은 ‘스노든 게이트’가 발생한 2013년 7월2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국회 외교위원회에서 “스노든 사건은 특별하다. 잘못 행해진 것으로 본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국제기구인 UN 사무총장이 내부고발자의 보호나 인권은 무시하고 당시 미국 입장을 두둔한 셈이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또한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내부고발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재임 기간에 UN의 부패 혐의를 폭로한 내부고발자를 해고함은 물론, 유엔 경찰이 체포해 수색하는 등 내부고발에 대한 보복을 해 더욱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스노든은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에게 귀국 보장과 사면을 요청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러시아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스노든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나를 교도소에 보내거나 죽이더라도 진실을 감출 수 없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17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매닝 전 일병의 석방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석방운동을 펼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비록 스노든까지는 품지는 못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사면과 감형 조치는 그래서 미국 사회가 많은 모순을 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희망을 보여준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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