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이나 글은 그 나라의 국격과 직결된다. 뿐만 아니다. 실수로 던진 말이나 쓴 글은 패러디(풍자)되어 조롱당하기 십상이다. 문제는 자칫 거짓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열린 기업 경영자들과의 행사에서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에게 말실수를 했다. 그는 "팀 애플, 당신에게 정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팀 쿡이라고 하거나, 팀 쿡 애플회장이라고 했어야 했다. 그래놓고 그는 "시간과 말을 절약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궤변 했지만, 그 발언은 SNS를 타고 패러디되어 조롱을 당했다. 그가 트윗에 오타를 내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은 여러 번이다. 지난 달 20일 그는 "마크 에스페란토 국방장관, '(터키와의) 휴전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소규모 충돌이 있었지만 금방 끝났다. 쿠르드족이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고 있다"고 게시했다. 그러면서 "미군은 전투나 휴전 지역에 있지 않다. 우리는 석유를 확보했다. 끝없는 전쟁은 끝났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석유를 확보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그의 희망사항일 뿐 사실이 아니다. 당시 시리아 북부에는 25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것이었지, 미국이 확보한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이날 트윗에 수족(手足)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의 이름을 ‘마크 에스페란토’로 잘못 표기했다. 그러자 언론과 야당가의 조롱이 있자 이를 정정했다. 외신들은 ‘트럼프의 이런 트윗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와 다르지만 대통령들이 내뱉은 약속이 허언일 때는 더 혹독하다. 1987년 직선제로 1노3김(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맞붙은 대선에서 마찬가지다. 그때 전두환의 후계자인 민정당 노태우후보는 ‘임기 절반일 때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공약했다. 임기 절반에 가까워지자, 그는 불안했다. 최측근 참모들에게 ‘중간평가 공약파기’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답은, 김영삼·김종필과의 합당을, 김대중에게는 호남민심을 달랠 국책사업을 제시하면 된다는 내용을 얻었다. 그래서 전북 새만금개발이 되고 3당야합의 틀이 짜졌다. 이후 그에게는 ‘물태우’란 별병이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전·월세 등 전국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서울의 고가주택,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며 “서울 강남권 등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설명도 곁들였다. 날마다 경제기사를, 그것도 세종과 대전, 충청권의 부동산경제를 다루는 입장에서 ‘현장을 알고 저런 말을 하시는가’하는 의구심이 컸다. 물론 대통령의 발언의 의도를 보면 부동산 시장만큼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다. 하지만 건설-부동산시장 상황은 대통령이 전·월세 등 전국적으로 안정됐다고 말할 만큼 그리 녹록치 못하다. 서울 등 수도권만 볼게 아니었다. 대전, 세종 등 지방의 부동산 동향, 건설경기만 봤더라도 ‘부동산경기가 안정됐다’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이런저런 규제로 부동산 거래를 뚝 끊어 놓고 조용하니까 안정됐다니 몰라도 한참모르는 것이다. 세종만 하더라도 집값이 너무 올랐지만, 좀 과장해서 거래는 없다. 아파트를 팔려고 내놔도 살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러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던 사람이든, 한 채를 갖고 있는 사람이든 내놓아도 매기가 없다. 대전과 세종지역의 상가역시 마찬가지다. 세종은 전국 최고의 빈 상가, 공실률이 최고다. 무려 40%대에 이른다. 10개를 지어도 4개는 텅텅 비었다. 이 역시 빈 상가에 사람이 등기부에 올라있으면, 빈상가로 보지 않기에 40%대지 실지는 훨씬 많다. 투기가 아니라 주거를 위해 세종지역 아파트사려고 해도 은행의 주택 담보대출 등 규제가 많아 옴짝달싹을 못한다. 오죽하면 아파트거래에 따른 취득세 등 지방세수에 의존해온 세종시청은 지방세수가 펑크가 예상돼, 내년 750억 원대 지방채 발행을 공식화 했을까. 뒤집으면, 부동산 거래가 끊겨 매기가 없으니 부동산경기가 안정됐다는 논리는 위험한 결정이다. 정부는 9.13 정책이니 뭐니 해서 부동산 정책이 수차례 발표했다. 이 약발도 떨어지니, 최후 수단인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지난 6일 내놓았다. 그러나 수도권에는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값이 상승한다. 지방 대도시에서도 며칠 사이에 1억원 넘게 올라 서민들과 청년들이 ‘내집 마련 꿈’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셋값마저 덩달아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 감정원등에 의하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주 연속, 서울은 20주 연속 오름세다. 상승세 유지로 서민들에게는 박탈감마저 안겨 준다. 문 대통령의 국민과 대화를 이끈 청와대와 여권은 ‘형식을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국정방향을 제시한 자리’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일반 시청자들까지 ‘머리에 남는 메시지가 없다’, ‘문대통령에게 참모들이 진술된 보고를 하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 안정론을 폈다’고 혹평한다. TV를 통해 문대통령의 답변을 들었던 친여 지지자 중에도 ‘도떼기 시장’, ‘아수라장’이라는 용어를 쓰며 내용과 형식에 낮은 평가를 쏟아냈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평가가 잘못된 것이라면 고쳐야 옳다. 수도권과 대전, 부산, 인천 등 대도시, 그리고 세종시 등 신도시들의 부동산동향을 꼼꼼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문 대통령의 말마따나 전국의 부동산경기가 안정됐다면 이제 낡고 옥죄는 부동산 규제책도 손 봐야한다. 세종시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세종시 금남면만 개발제한구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도 점검해야 한다. 충청권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들의 얘기나,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는 부동산 정책을 선언하듯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정교하지도, 차별화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얼마든지 있는 허점 때문에 전체 부동산 경기가 둔화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책부처나 건설관련부처에 비전문가인 장관들이 앉아, 정책을 발표한 뒤 추가적인 정책을 또 내겠다고 으름장이니 정책불신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 예로 지난 6일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에서도 드러난다. 정부정책의 비판 쏟아지니 정부가 추가 대책으로 거론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상한제 추가 지정 검토와 편법 증여, 불법 전매 단속 강화 방안 또한 큰 실 효과를 거두기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분양가 상한제를 시·도 광역단체 규모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 이 역시 경기침체기에 부동산 시장이 부담이 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주택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투기세력 탓에 주택 분배가 교란된다는 해서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면 투기성 거래는 세금을 대폭 강화하고,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면세구간을 설정해 투기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반서민이 찾는 주택공급량은 늘려야 한다. 또 신혼부부나 젊은 부부들에게도 걸맞은 주택정책을 꼼꼼히 살펴야한다. 막연하게 부동산 경기가 전국적으로 안정됐다고 문 대통령의 언급하기에 앞서 국민이 동감하도록 세심한 정책 보완이 시급한 때다.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팩트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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