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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경제전망: 시장 혼란과 산업 붕괴

강희복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기사입력 2018/12/29 [17:28]

2019년 경제전망: 시장 혼란과 산업 붕괴

강희복 전 대통령 경제비서관 | 입력 : 2018/12/29 [17:28]
▲ 대청호의 일출

2019년은 한마디로 혼란의 해요, 산업이 차례로 붕괴하는 위험이 계속되는 일 년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전망을 하는 이유와 그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다.

첫째는 2018년에 너무나 과감(50%데 육박한다는 분석)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을 강제로 밀어붙였고, 2019년에도 임금을 더 끌어올리는 조치(최저임금을 주휴수당 포함으로 계산하여 임금 상승)를 예고하고 있다. 산업계의 반발에 불구하고 강행한다고 한다. 이러한 강제적 임금 인상은 시장에서 균형을 이루던 임금을 깨는 것이어서 경제 전체의 균형을 무너트리고 혼란을 키울 것이다. 둘째는 노사관계를 균형적 안정이 아니라 노조쪽에 힘이 실린 균형 깨진 불안상태로 만들고 있다. 물론 정부의 힘이고 사법당국의 판결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그 계열사들을 소위 “노조와해 공작”이라는 이유로 검찰은 2018년 한 해에만 7차례(언론에 보도된 횟수) 압수수색하였다. -취업희망 첫째 직장인 이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하는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다.- 이럴 진데 이제 모든 기업은 정부의 친노조 분위기를 잘 파악하여 노사관계를 균형이 아니라 노조에 기업이 복종하는 관계로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상의 두 가지 양과 질에 의한 노동시장의 급변은 일거에 ‘쓰나미’를 만들고 있다. 우선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시장이 거부한다는 사실은 이미 2018년 한 해에 수많은 영세기업이 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사태로 들어났다. 정부가 재정으로 임금 인상을 보전한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이라고들 말하지 않나. 우리 산업은 영세기업으로부터 대기업까지 촘촘하게 연결된 유기체이다. 여기서 영세 부분이 잘려나가면 그 다음 영향은 차차 파도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 쪽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욕구에 큰 불이 붙었다.

더구나 임금 인상이라는 쓰나미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급한 격류로 변했다. 바로 노사관계를 역전시키는 정부의 자세로 인해 임금 인상 파도를 누구도 막아서기 어렵게 되었다. 오죽하면 대기업의 초봉 년 4000만원도 최저임금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고 하며 대기업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개방경제이어서 시장의 가격들은 모두(토지, 임금, 기술의 생산요소 가격도 포함) 국내외 수급균형을 이루는 상태인데, 이를 정부가 강제로 깼다. 임금을 강제 인상하였기에 1차적으로 고용이 줄고 실업자는 늘어나는 쪽으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임금 인상분에 해당하는 생산성의 향상이 없기에 기업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준으로 고용을 축소해야 했다. 이윤 없이는 기업도 없다. 2차적으로 생산요소 간의 가격균형이 깨졌기에 임금 절약 쪽의 기술을 동원하여 구조조정을 하고 감원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기업을 살리지만 실업자를 증가시키므로 사회혼란을 부추길 것이다. 3차적으로 노사관계가 역전될 경우 구조조정을 통한 인원의 정리가 어렵기에 불균형의 해소하지도 못한 채 도산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실업자는 또 쏟아질 것이다. -최근의 대우조선이나 한국지엠의 노사사태에 대해 언론 보도로 보면 어쩌면 그렇게 1997년의 기아자동차 사태를 닮았는지 신기하다. 이것이 촉매가 되어 IMF위기로 연결되었던 경험을 잊는 않았을 텐데.- 이제 기업들은 해외로의 탈출을 고려할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결국 우리 산업구조는 붕괴할 것이다. 그것도 노사관계가 경직하면 할수록 더 빨리 붕괴할 것이다.

한 나라의 생산요소의 가격에서 균형이 깨지고 거품이 끼게 되면 경제의 붕괴는 필연적이다. 이런 예측을 한 사례가 있다. 1994년 “The Myth of Asia’s Miracle”이라는 짧은 논문(저자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Paul Krugman)은 1996년 이후 1998까지 일어난 아시아 경제의 붕괴를 예언하였다. 이 논문이 가르쳐주는 것은 ‘투입요소의 생산성 향상 없는 경제성장은 거품’이고 이 거품은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이다. 자본과 노동과 기술은 모두 기본적 생산요소이다. 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인 이 노동가격에 거품이 끼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즉, 임금을 강제로 인상하는 것은 생산성과 더 멀어지게 하여 확실한 거품을 만들 것이며 이는 반드시 붕괴할 것이다.

기업이 선택할 출구는 있다. 첫째는 가격 인상이다. 개방경제에서 수입품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 가격 인상은 쉽지 않다. 혹시 독과점인 경우는 가능하다. 하지만 여론의 몰매가 기다릴 것이다. 대기업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가격 인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는 대중교통요금은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사실 소득주도성장은 임금 인상의 효과가 근로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전제에서 가능한데, 이런 전제는 시장의 흐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지적능력 부족에서 비롯한 것이다. 경쟁시장 아래에서 모든 생산요소가격은 균형을 이룬다는 가격체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임금만 인상한다면 시장의 힘은 다시 균형을 찾기에 근로자의 소득 증가보다 앞서서 실직을 늘리고, 다음은 물가 상승으로 상쇄하거나 오히려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둘째는 기술 향상, 신규 사업 진출, 생산요소의 재배치 등을 조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두 개의 걸림돌을 넘어야 한다. 신규 산업분야에 쌓여있는 규제를 정부가 없애야 하는데 수십 년간 정부는 이에 실패하였다. 최근 박용만 상의회장은 기업의 입장을 “냄비속의 개구리가 화상 입고 있다”는 식이라고 토로하였다. 이는 피맺힌 절규이지만 정부의 대답은 없다. 다른 걸림돌은 기업의 구조조정(생산요소 재배치와 정리)에 대한 근로자(특히 노동조합)의 협력이다. 강성 노조에 의해 지배당하는 자동차, 조선 등 대기업에서 이런 문제를 노조가 협조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파산에 이른 한국지엠에서 불가능함을 보았다.

셋째는 국내 생산을 수입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국내 공장의 가동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수입을 최대한 늘려서 수지를 맞추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리할 수 없는 고용을 유지해야 하므로 한계가 있다. 정 안되면 탈법 혹은 법망 회피와 같은 위험을 강구할 수도 있다. 대기업의 경우는 이도 어려울 것이나 중소 혹은 영세기업은 이런 자구책을 강구하도록 내몰릴 것이다. 사회적 불안은 더 커지는 것이다.

기업에게 어느 쪽이던 출구가 쉽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도산의 위험이 커질 것이며, 물가의 상승은 전반적으로 퍼지고 생활전선은 더 각박해 질 것이다. 이것이 싫든 좋든 우리가 본 2019년 경제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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