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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답습하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송하식 | 기사입력 2019/02/01 [12:07]

4대강 답습하는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송하식 | 입력 : 2019/02/01 [12:07]
▲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신도시 건설에 따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1985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1988년 착공해 2007년 12월 모든 구간을 개통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김포 톨게이트. 사진=조희영기자

#1 경상북도 영주시 평은면 내성천에 위치한 영주댐은 낙동강 수질 개선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저수용량 1억8000만 톤 규모로 2016년 12월 준공됐지만 3년째 물을 담지 못하고 있다. 계획 당시 상류의 가축사육 현황 등 오염원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고 댐을 건설한 탓에 극심한 녹조현상을 예상치 못해 담수를 포기했다. 내성천의 모래톱은 자갈밭으로 바뀌었고 1급수 수질은 3급수로 떨어졌다.

 

#2 한국수력원자력이 유역변경식 수력발전을 위해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수하리에 건설한 도암댐은 상류 농경지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수질이 나아지지 않아 결국 2001년 이후 18년째 전력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낙차 640m를 이용하여 발전을 하려고 수로를 열면 동쪽의 남대천 오염을 우려하는 강릉 주민들이 반대하고, 본래 동강의 지천인 송천 쪽으로 물을 흘려보내려면 서쪽의 평창·정선 주민들이 막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도암댐은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막아 만든 것으로 전두환 정권 때인 5공 시절 1984년 계획돼 1991년 1월 준공됐다.

 

앞서 소개한 두 곳은 토목건설공사 적폐의 전형이다. 영주댐은 이명박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국민적 반대 속에 졸속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의 산물이다. 도암댐 문제는 당시 환경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던 독재정권의 탁상·밀실행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공사업은 충분한 사전검토와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세금만 낭비하고 애물단지로 남아 결국엔 지역주민들에게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정부는 지난 29일 국가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총사업비 24조1000억 원에 달하는 23개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0조5000억 원(85%)은 도로·철도·사회기반시설 등 17개 사회간접자본(SOC)애 투자된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적폐라고 비판했던 4대강 사업과 비슷한 규모의 토목공사를 MB정권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꺼내든 것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4대강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을 준설하고 보를 설치해 하천의 수량을 대폭 늘려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명분하에 모두 22조원의 혈세를 투입했지만 환경이 더 나빠져 수문 개방에 이어 보 철거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방의 숙원사업들이 오랜 세월 시작조차 못하고, 그 사이 지방은 더욱 낙후되고 있다”면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일부를 선별해 조기 추진할 수 있는 길을 열도록 예타 면제라는 예외적 조치를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고 면제대상 선정기준을 준수했으니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예타를 건너뛰는 것은 MB·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는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나눠 먹기식 ‘1광역 1예타 면제’를 대놓고 결정한 것과 이미 탈락했던 사업까지 이번에 무더기로 껴 넣은 것은 여론의 호된 뭇매를 맞아 마땅하다.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 구태여 대한민국을 두 쪽 낼 필요가 있을까. 이번 예타 면제 발표는 선정지역과 탈락지역 사이에, 수혜기업과 시민단체 간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보수·진보 진영갈등과 여야정쟁의 빌미가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예타 면제를 즉각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실련은 “촛불정신을 계승한다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 정부의 예타 면제를 따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환경단체 연합인 한국환경회의는 “예타 조사는 개별 공공사업이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증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이를 손쉽게 제거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결함을 정부 스스로 초래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국가재정법은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세금이 30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은 예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분별한 사업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전담하여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KDI는 1999~2017년 기간 중 690건에 대해 예타를 실시, 그 중 절반에 못 미치는 327건만을 통과시켰고, 이로 인해 모두 141조원의 국고를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 그 동안 성과도 컸던 만큼, 이번 예타 면제는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준비를 잘해 예타를 통과한 기존 사업은 그럼 뭐가 되나. 그동안 탈락한 것은 경제성뿐만 아니라 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함께 고려해 종합평가(AHP)로 결론을 내기 때문에 단순히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한다. 경제성 분석도 긍정적 외부효과까지도 감안하여 비용 대비 편익(B/C)을 따지는 것이니 꽉 막힌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경제성이 다소 부족한 지역 숙원사업에 한해 예타 면제를 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탈락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설사 면제를 해주더라도 사업이 생각만큼 빠르게 진척되지는 않을 것이다. 탈락할 정도의 불량사업은 환경영향평가·토지보상 등에서 차질이 생기고 수지가 맞지 않아 민간자본 참여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제 SOC투자가 일자리 확대와 경기회복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는 버려야 한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후유증을 낳을 뿐이다. 토목건설공사는 산업적 특성상 중장비와 외국인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탓에 과거와 같은 높은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를 기대할 수 없다. 실물경기가 나아져도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이다. 철도와 도로를 새로 뚫고 넓히면 사람과 자본이 대도시로 더욱 몰려들어 오히려 지방 소도시들은 빠르게 소멸할 수도 있다. 어쩌면 이웃 일본처럼 애써 국민혈세로 건설한 도로·교량을 유지비용에 비해 사용량이 적다는 이유로 폐쇄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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