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다. 구조적으로 민정수석실은 힘이 셀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모든 정보가 한데 모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검찰 경찰로부터 올라오는 정보가 이곳을 경유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민정수석실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검찰 출입기자로 있을 때 노태우 정부 사정비서관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비서관도 검사 출신이었다. “제가 권력 서열로 따지만 대한민국서 몇 번째 안 갈겁니다.” 자기 입으로 힘이 있음을 과시했다. 당시 그가 떴다하면 공무원들도 벌벌 떨 정도였다. 그 뒤 김영삼 정부 때 사정비서관으로 들어간 검사와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 역시 같은 말을 했다. “자꾸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사정비서관은 지금의 반부패비서관과 같은 자리다. 비서관의 힘이 이 정도이니 수석의 힘은 말할 것도 없다. 조국이 그 자리를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 우병우도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다 결국 구속됐다. 민정수석은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차하면 그 자신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권력남용의 유혹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직무유기도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초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민정수석실은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신변부터 주요 사업 동향까지 정보를 손안에 쥐고 있어 공직기강의 검(劒)이 될 수도, 거대 부패집단이 될 수도 있다.” 그 자신이 민정수석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생리를 잘 안다. 곽 의원이 고급 정보를 입수해 종종 터뜨리는 이유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최근 부각된 인물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다. 유재수 사건에도 관련이 있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백원우는 누구인가. 재선 의원임에도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들어왔다. 보통 재선급이면 수석으로 입성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백원우는 노무현 정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한 번 믿은 사람을 끝까지 쓰는 스타일이다. 유재수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그는 경제 관료 출신이다. 부산 출신이 장악하고 있던 청와대에 춘천 출신인 그가 어떤 경로로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정부에서 파견나갔다가 눈에 띈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유재수는 민정수석실 근무 때 문재인 당시 수석을 사석에서는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느 정도 퍼즐이 완성되는 것 같기도 하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사람들이 서로 밀어주는 것. 이것 또한 적폐라고 할 수 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흑역사라고 할까.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