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34세 산나 마린 신임 총리의 취임사가 화제다. 그는 제1야당인 사민당 출신으로 당선된 뒤 의회의 승인 투표로 총리직에 올랐다.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다. 세계 최연소 총리다. 그는 취임과 함께 내각의 19개 부처중 12개 부처 창관에 여성을 임명했다. 취임사는 “핀란드는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고 시작했다. 그리고 핀란드의 미래를 말했다. 그의 취임사의 한 대목은 “핀란드는 모든 아이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마린 총리는 대학생일 때 손수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었다. 넉넉하지 않지만 그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했다. 20대 초반정치를 시작, 지난 2012년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이어 2015년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처음으로 뽑힌 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한 뒤 지난 6월부터는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도 맡아왔다. 북유럽의 사회보장제도가 잘된 핀란드는 이렇게 신나는 정치를 한다. 미래를 보고,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보고 살아간다. 그러니 케케묵은 정치, 구태와 구습에 찌든 정당, 정치인보다 더 미래지향적인 34세 청년 정치인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이다. 우리는 그때 무얼 했나. 국회는 공교롭게도 날치기, 난장판, 아수라장판이 된 새해 예산을 통과시켰다. 그래놓고 ‘네 탓 타령’으로 날 밤을 샌다. 군사작전도 아닌데 민의의 장에서 오직 ‘돌격’과 ‘방어’싸움만 했다. 이어 이젠 패스트트랙도 범여권 중심인 ‘4+1협의체’이름으로 일괄 처리를 둘러싸고 낡은 정치의 구태뿐이다.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죽기 아니면 죽이기의 육탄공방의 구태뿐이다. 밀어붙이는 한쪽과 이를 막으며 의원직 총사퇴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또 한쪽 행태는, 자유당 독재 때나 유신 정권 때 모습그대로다.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이를 지켜보는 청년 정치인들, 그리고 자라나는 미래에게 우리는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또 아시아의 용으로 세계인이 부러워했던 한국이, 몰락한 중남미 여러 국가로 가고 있다는 일본 언론인들의 칼럼에 화가 치민다. 선배들이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다니 괴롭고 슬프다. 부끄럽다. 보는 시각에 따라, 진보매체나 보수매체나 극명하게 갈렸지만 민심은 국회의원을 모두 바꿔야한다는 점이다. 정치도 개개인이 모여 정당을 결성하고,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라면 개개인을 모두 바꿔야 옳다. 바꿔봐야 마찬가지라지만 넉 달 남은 내년 4.15 총선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새 인물로 교체하는 민심혁명밖에 없다. 그것도 양심이 살아있고,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청년 정치인으로 싹 바꿔야 우리나라 정치도 젊어진다. 국민혈세를, 무려 512조 3000억 원을 세심한 심의도 없이, 뚝딱 28분 만에 처리하는 게 정상국가인가. 또 이런 국회를 보고도 눈만 깜박이는 뭇 정치인들과 지식인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 당 지도부는 손해될게 없으니 ‘유감표명’으로 그쳤다. 정치권에서 왕따가 된 ‘자유한국당’이 떠난 버스에 대고 손 흔드는 우스운 모습은 자업자득이다. 대화와 타협, 상대존중과 양보가 있어야 할 곳에 오직 상대야유와 고함, 고성, 연좌농성이다. 심지어 청년 정치인들도 으레 있어온, ‘당리당략’이라며 침묵하고 있는 것도 정치에 대한 열정이 식은 징조다. 되짚어보자. 국회가 적법 절차와 민주적 규범을 벗어났음이 분명하다. 4+1 협의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내년 예산을 강행처리(야당은 날치기처리)했다. 4+1 협의체는 헌법과 국회법이 규정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뛰어넘어 법적 근거나 권한이 없다.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예산결산 등은 국회교섭단체가 협의해 상정할 수 있는 것이다. 몇몇 군소정당 사람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처리하는 것 역시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더구나 여당과 범여 군소 정당들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실속을 챙기고도 예산 증감과 관련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 뿐만 아니다. 중립의무가 있는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을 먼저 의결한 뒤 예산안을 처리하던 기존 관행까지 깨면서 예산안을 먼저 상정하는 등 여당 편을 들어줬다. 이게 이날 진행된 512조 3000억 원의 내년예산안 처리의 전모다. 그러니 야당이 여당에게 독주라고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여당은 한국당에게 협의하자며 문을 열어뒀지만, 끝내 들어오지 않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맞받고 있다. 어쨌든 근거법이든, 절차든, 심지어 예산부수법안처리도 없는 예산안처리가 이뤄지는 헌정사에 유례없는 일이 개인소득 3만 달러의 나라에서 벌어졌다. 이것뿐이 아니다. 언급했듯이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인 오는 17일 전에 '4+1' 협의체 공조를 통해 선거법·검찰개혁법등 패스트트랙을 일괄상정을 놓고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면 개혁 법안들, 민생 법안과 예산안 부수법안을 일괄 상정, 처리한다는 것이다. 맞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이란 4+1협의체의 움직임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한국당은 폭압에 맞서 싸우겠다며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다.국회의사당 2층 로텐더홀 바닥에 앉은 한국당 의원들은 4+1협의체가 선거법과 공수처법마저 날치기 처리가 예상된다, 좌파독재 완성을 위한 의회 쿠데타‘로 라고 규정하고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4+1협의체가 예산안 처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적 우위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왜냐면 그 법안 중 선거제도 개편안은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 게임의 룰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역시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법안이다. 이처럼 중요한 법안을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하고 강행한다면 엄청난 역풍이 예상된다. 또한 법안에는 극단적인 정치세력의 국회 진입 배제나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 수사 독립성 보장 등이 누락, 보완도 절실하다. 결과야 두고 볼일이다. ‘민주당은 싫다, 그러나 한국당은 더 싫다’는 세간의 민심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민주당도 한국당도 다싫다는 20∼30%대의 무당층을 기억해보라. 구태, 구습을 지겹게 보는 우리는 그저 34세의 핀란드 여성총리의 취임을 부러워 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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