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1802~1885)의 불후의 명작 <레 미제라블>을 보면 어린 소녀 코제트를 맡아 키우는 야비한 여인숙 주인 테나르디에가 코제트가 아프다는 등 갖가지 이유를 대가며 먼 곳에서 아이를 위해 돈벌이를 하는 코제트 엄마 팡틴에게 번번이 큰 금액의 추가 송금을 요구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 없는 엄마 팡틴은 공장 노동일로는 그 돈을 감당할 수 없어서 금발머리를 잘라 팔아 돈을 만들기도 하고 아이가 유행병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다급한 소식을 듣고는 앞니 두 개를 틀니장사에게 뽑아 팔아 약값으로 보내기도 한다. 나중엔 몸까지 파는 지경이 된다. 코제트는 아프지 않았다. 모든 것은 돈을 뜯어내려는 테나르디에의 술책이었다. 그러다가 팡틴은 자신이 사기 당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병들어 죽고 만다. 죽기 직전 팡틴은 장 발장에게 코제트를 부탁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장 발장>이란 제목으로도 널리 알려진 <레 미제라블> 초반의 스토리다. 최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촉발된 정의연 사태를 보면서 문득 레 미제라블의 코제트와 악당 테나르디에가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코제트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특정인이나 다중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인질로 이용되었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의 스토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용수 할머니나 이미 작고한 할머니들이 남긴 기록에서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에 대해 분노를 표시한 첫 번째는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한 돈을 도대체 어디에 썼느냐하는 것이다. 돈의 행방이 의심스럽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도 이용수 할머니는 “윤미향은 할머니들을 속이고 이용하고, 할머니들 팔아 부정한 짓을 했다”며 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아닌게아니라 의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정의연은 기부 받은 대기업의 돈으로 안성에 할머니들 쉼터를 만든다면서 펜션을 주변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들였다. 그러고는 그 집을 수 억원이나 싸게 슬그머니 팔아버렸다. 그같은 정황을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멀고 먼 아프리카 우간다에 김복동 센터를 건립한다면서 모금 한 것도 도무지 자연스럽지가 않다. 또 모금을 오랫동안 윤미향 개인계좌로 받아 온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이었다. 처음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운동의 취지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오랫동안 비판 받지 않는 성역이 되면서 변질이 많이 됐다고 본다. 국민의 반일 감정이라는 방패 속에서 윤미향 등은 어쩌면 도덕 불감증 상태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윤미향은 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까지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거침없이 달려온 인생의 화려한 정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국회의원까지 욕심 낼 것이었다면 평소에 할머니들에게 잘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피해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했고, 할머니들 눈에 어떻게 보였길래 92세나 되신 할머니가 기자회견까지 하며 “윤미향은 그동안 제멋대로 했고, 사리사욕 채우려 국회의원 나갔다”고 질타했을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가장 한심스러운 것은 여당의 중진 국회의원 일부가 이 사태를 친일세력의 공격 운운한 것이다. 단순 배임 횡령 의혹을 친일 대 반일 프레임으로 몰고 가려고 하다니 참으로 잘못된 사람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철저한 진상 규명이다. 정의기억연대에게도 말한다. 진상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정의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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