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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체첸인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0/10/20 [18:55]

[칼럼] 체첸인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0/10/20 [18:55]
전통복장을 한 체첸 청년
전통복장을 한 체첸 청년

지난 16일 프랑스 파리 근교 대로변에서 인근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47)라는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목이 잘린 상태였다.

경찰이 출동해 도주하던 범인에게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요구했지만 불응하자 사살했다. 범인은 압둘라 안초로프라는 이름의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18세 소년으로 알려졌다. 수니파 이슬람 교도다.

숨진 교사는 지난 5일 수업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가르친다며 2015년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실렸던 무함마드가 알몸으로 엉덩이를 드러낸 모습을 그린 풍자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만평으로 당시 분노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난입해 편집국장을 비롯해 모두 12명을 사살하는 참변이 발생했었다.

그렇게 문제가 됐던 풍자 만평이었기 때문에, 사뮈엘은 이슬람 학생들에게 “거북하면 교실 밖에 나가 있어도 좋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사 사뮈엘이 5년 전에 그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있었음에도 왜 굳이 표현의 자유의 사례로 그 만평을 이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무슬림 부모들이 학교에 강력히 항의했고, 학부모 중 한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학교 이름과 교사의 실명을 올렸다. 압둘라는 이런 것 등을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내에는 무슬림이 6백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슬림 중에서도 특히 체첸 출신들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프랑스 중부도시 디종에서 16세 체첸 소년이 지역 범죄 단체 조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하자,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체첸인 200여명이 디종 시내 곳곳에서 차량을 불태우고 상점을 약탈하는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프랑스에서는 숨진 사뮈엘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연일 대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체첸은 러시아 남부 국경지대 카프카스 산맥에 있는 작은 러시아 자치 공화국이다. 인구는 약 140만. 그동안 전쟁 등으로 인해 많은 체첸인들이 해외로 이주해 살고 있다. 이번 프랑스 사건의 범인 압둘라는 2008년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했고, 지난 3월 가족과 함께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체첸인들이 독립을 위해 1990년대에 러시아와 두 차례나 참혹한 전쟁을 치른 것은 세계가 다 알고 있다. 그후 2000년대에  러시아를 대상으로 모스크바 등에서 수차례의 대규모 테러 사태를 일으킨 것도 세계인들을 무척 놀라게 했다.

체첸인들은 그런 점에서 매우 독립지향적이고 강인한 성격의 민족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그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는 것은 이해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과 같이 종교적 이유만으로 보복 살인을 하는 것은 체첸인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 세계인들을 실망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체첸인 전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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