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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러시아 백신 기다리는 몽골의 여행 가이드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1/04/22 [22:38]

[칼럼] 러시아 백신 기다리는 몽골의 여행 가이드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1/04/22 [22:38]
몽골의 여행 가이드 바타르씨
몽골의 여행 가이드 바타르씨

울란바타르에서 온 카톡

22일 몽골 울란바타르에 사는 가이드 바타르씨로부터 받은 카톡 내용을 소개한다.

한국어를 잘 하는 바타르씨는 30대 후반의 듬직한 몽골의 여행 가이드다. 나와는 10년 쯤 전부터 알고 지낸다. 2020년 2월 몽골에서 헤어진 후 가끔 카톡을 주고 받고 있다.

바타르씨는 카톡에서, 내가 몽골에 온 마지막 관광객일 것이라면서 그후로는 외국인을 못 들어오게 해서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가 작년 2월에 몽골에 갔다 온 직후 코로나19로 인해 한-몽간에 비행기 운항이 전격 중지되었다. 바타르씨는 코로나 사태로 생업을 잃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와이프가 하는 화장품 사업을 도와주며 지낸다”고 답을 해 왔다.

바타르씨는 코로나 백신이야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6월이면 100%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단다.

몽골 사람들을 요즘 아스트라제네카하고 중국 백신을 맞고 있는데 자기는 러시아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아마 몽골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나 중국 백신 보다 러시아 백신이 더 인기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요즘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런데 스푸트니크V는 제조 방식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과 비슷해서 혈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우려다.

러시아 백신은 우리나라에서 위탁 제조를 하고 있어서 우리가 맞겠다고 하면 공급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것으로 보이지만, 미국과 EU가 아직 안전성 문제 등을 인정 않은 백신이어서 국내에서 그것을 쉽게 맞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3월 초에 주고 받은 카톡에서 그는 몽골에서는 확진자가 하루 40명 정도 나오고 있으며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고 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400명 정도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을 때였다.

몽골의 인구는 320여만명이다. 인구에 비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몽골은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매우 철저한 방역 테세를 보여 코로나를 잘 피해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보였다.

비행기 기내에서부터 체온 체크

지난해 2월 몽골에 도착했을 때 놀랐던 이야기를 잠깐 하겠다. 울란바타르의 칭기스칸 공항에 도착한 2월 17일, 내릴 준비를 하려는데 비행기 안에서 잠시 대기해 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그 후 흰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기내로 들어왔다. 의료진 4명이 2인 1조로 기내의 양쪽 복도를 지나며 앉아있는 승객들의 이마에 체온측정계를 대고 체온을 체크했다. 그러고는 측정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보여주었다. 의료진이 체온측정을 다 마친 후에야 승객들은 비로소 비행기에서 내릴 수 있었다.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보니, 울란바타르에서 외곽으로 나가고 들어올 때도 검문소에서 모든 차량을 세워놓고 탑승자들의 체온 측정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기 전이어서 도착 비행기 내에서부터 그처럼 체온 체크를 하는 나라는 없었던 것 같다. 도착 비행기의 수가 적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러한 철저함 덕에 몽골은 초기에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피해가고 있었다.

모든 국민이 마스크를 철저히 쓰도록 했음은 물론이다. 아나운서 등 TV출연진들도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방송을 했다. 몽골은 코로나 사태 발생 후 가장 먼저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한 철저한 방역태세 때문이었는지 내가 몽골을 떠나던 2월 21일까지 몽골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확진자 발생은 그 후의 일이다.

내가 서울로 돌아온 4일 후인 2월 25일부터 한국-몽골 간의 하늘길이 막혔다. 그후 2년째 그런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가 속히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바타르씨도 자기의 본업을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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