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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1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주는 교훈

- 평화협정 체결 후 패망한 월남과 아프간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1/08/22 [15:46]

[칼럼] 2021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주는 교훈

- 평화협정 체결 후 패망한 월남과 아프간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1/08/22 [15:46]
카불 공항을 이륙하는 미 공군 수송기와  탈출을 위해 공항 활주로에 몰려든 아프간인들
카불 공항을 이륙하는 미 공군 수송기와 탈출을 위해 공항 활주로에 몰려든 아프간인들

1.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의해 전격적으로 점령된 후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카불 공항으로 몰리면서 아비규환의 참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비행기에 매달렸던 사람들이 공중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본 전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같은 아프간의 비참한 상황은 미국의 철군 결정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은 지난해 2월 탈레반과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정을 맺은데 이어 넉달전 미군의 철군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후 탈레반의 카불 접수까지의 상황을 보면 1975년 월남 패망의 판박이다. 미국의 철군 결정에 기가 꺾인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의 대공세 열흘만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수도 카불을 내주고 말았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군이 1년은 버틸 것으로 봤다고 했다. 오판이었다.

한국인들은 아프간 사태에 대해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군의 존재 때문이다. 쉽게 말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한국도 아프간 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것이다.

2.

그러한 우려는 당연하다. 1945년 해방 후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미군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다음 해인 1949년에 철수한 후 1년 만인 1950년 북한의 기습 남침에 의해 동족상잔의 6.25 전쟁이 터졌다. 미군의 철수가 곧바로 북한의 남침으로 이어진 것이다.

전쟁 3일만에 북한군에게 서울을 내주고 낙동강까지 밀려갔던 한국정부는 미군을 포함한 UN군의 참전으로 기사회생했다. 이같은 쓰라린 역사를 한국인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간의 미군철수와 아프간 정부의 패망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한국에는 주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북한과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으면 미군이 철수해도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그 사람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월남은 미국이 월맹과 평화협정을 맺은 2년 후인 1975년 패망했다. 아프간 정부도 미국과 탈레반이 평화협정을 맺은지 1년 반만에 사라졌다. 평화협정 체결이 패망으로 가는 신호임이 분명해졌다.

만약에 미국과 북한간에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면 그 다음 단계는 당연히 주한 미군 철수다. 평화협정이 체결됐는데 미군이 남한에 주둔할 필요가 있느냐고 할 것이고, 또 그렇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그 뒤는 아마도 1975년 월남과 2021 아프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3.

평화를 원치 않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북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무력의 균형이 선제조건이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갖고 우리를 갖은 막말로 협박하고 있다. 북한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비핵화 공동선언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다고 했다. 미국은 순진하게도 그 선언에 따라 남한에 들어와있던 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켰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 국제사회를 속이고 그 뒤에도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왔다. 그것이 남북간에 군사력의 불균형을 초래하게된 근본 이유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정은 평화포기협정일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란 전제 없이 평화협정체결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본의건 본의가 아니든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자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첩자이거나 자생적 첩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적발된 청주간첩단 사건이 그 증거 중 하나다.

따라서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평화협정과 주한 미군 철수는 대한민국의 붕괴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보면 된다.

4.

이번 아프간 사태는 거지 군대가 부자 군대를 이긴 또하나의 역사적 사례를 만들었다. 바이든 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이 아프간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고 했는데, 미군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아프간 정부군이 막강한 미제 무기를 갖고도 전쟁 수행 의지를 갖지 못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전쟁 의지 없는 군대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예는 역사에 수없이 많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핵전력을 갖춰야 한다. 언제까지나 미국의 핵 우산 아래 있을 수는 없다. 무한정 한미동맹에 기대어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이번 아프간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미국도 자국의 국익에 따라 언제든 입장을 180도 바꿀 수 있다.

우리를 위협하는 상대를 압도하는 군사력과, 전쟁에서 이기겠다는 군인은 물론 전국민의 강한 정신전력만이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이번 아프간 사태를 계기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대한민국을 튼튼하게 지켜낼 방도를 모든 국민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아프간 사태를 교훈 삼고,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이정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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