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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조지와 톨스토이 (1) 대도시의 부자는 현대판 귀족 -헨리 조지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1/08/26 [15:09]

헨리 조지와 톨스토이 (1) 대도시의 부자는 현대판 귀족 -헨리 조지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1/08/26 [15:09]
헨리 조지 
헨리 조지 

'대도시의 부자는 현대판 귀족’이라는 제목만 보면 요즘 얘기 같다. 그런데 이 말은 19세기 미국의 저술가이자 경제학가 헨리 조지(1839~1897)가 1879년에 쓴 그의 첵 ‘진보와 빈곤’에 들어 있는 소제목이다. ‘대도시의 부자는 현대판 귀족’이란 말은 현재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책 속의 그 대목은 이렇다.

“현대적 성장의 전형적 사례는 대도시다. 여기에서는 가장 거대한 부와 가장 심각한 가난이 동시에 존재한다. 민주 정부의 힘이 분명하게 붕괴되었음을 보여주는 곳도 이곳이다. 미국의 여러 대도시들에서는 전 세계 귀족 국가들의 통치계급처럼 뚜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통치계급이 있다. 그 계급의 구성원들은 도시의 행정구역을 자기 호주머니 속의 물건처럼 마음대로 다루고, 후보 지명대회의 명단을 작성하고, 그들이 흥정한 대로 관직을 나누어 준다. 그들은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옷감을 짜는 것도 아닌데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돈을 물쓰 듯 쓴다. (···)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현명하고, 선량하고, 유식한 자들인가?

깨끗한 생활 태도, 뛰어난 재능, 성실한 공공 업무 처리, 정부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등으로 동료 이웃들의 신임을 얻은 자인가? 아니다.

그들은 도박꾼, 술집 주인, 권투 선수 혹은 이보다 더 나쁜 자들로서, 투표를 배후 조종하고 관직을 사고팔고 공공 업무를 제멋대로 주무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자들이다.

(···)

이제 우리들 사이에 귀족제의 외양은 전혀 없이 사실상 귀족의 모든 권력을 모두 휘두르고 있는 계급이 점점 커지고 있는게 아닌가?”

위의 이야기를 보면 봉건 귀족의 외양은 전혀 없지만, 사실 과거의 귀족들과 같이 부를 소유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도시의 부자들이 현대판 귀족이라는 얘기다. 또 그런 사람들 때문에 양식있는 사람들의 의회 진출이 어렵다고 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는 헨지 조지의 ‘진봉와 빈곤’에는 미국판 유전무죄 무전 유죄 이야기도 들어있다.

책에서 헨리 조지는, 돈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죽이고 자수하더라도 임시 투옥되었다가 그 자신의 재산상태와 피살자의 지위를 고려한 벌금을 납부하고 풀려날 가능성이 99%라고 했다.

톨스토이의 소설에도 나오지만, 귀족이 사람을 죽이고도 ‘일시적인 정신착란’에 의한 것이란 판정을 받고 가벼운 형벌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헨리 조지는 이렇게 현대판 귀족이 나오고 빈부격차가 벌어져 현대판 노예가 나오는 것은 토지사유제를 허용하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말해 토지 사유제가 현대판 귀족과 노예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헨리 조지가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가치를 창출하는 경제활동에는 세금을 매기지 말고, 공급이 제한된 토지를 소유한 것 만으로 독점 수입이 생기지 않도록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해 토지로 인한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땅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헨리 조지의 이같은 토지 소유제의 문제점에 대해 크게 공감해 인생관을 바꾼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다.

그는 아예 사유재산 자체를 죄악시 하고 자기의 재산을 전부 농민들에게 나눠줄 생각을 했다. 이것이 노년에 들어선 톨스토이와 아내 소피야 사이의 극심한 불화의 근본 원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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