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조지가 『진보와 빈곤』을 출판한 것은 1879년이었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진보와 빈곤’은 이후 1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 책이 나오고 번역본이 유럽에서 발매되던 시기는 톨스토이가 소설 안나 카레니나를 마친 후 생에 회의를 느껴 자살을 수없이 생각하면서 『참회록』을 쓰던 바로 그 무렵이었다. 『참회록』은 1879년부터 쓰기 시작해 1882년에 나왔다. 톨스토이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접한 것은 『참회록』을 완성한 후인 1885년 경이다. 참회록에서 무위도식하는 러시아의 지주들인 귀족들의 생활을 기생충 같은 생활이라고 비판했던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토지 사유제의 문제점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헨리 조지는 그의 책에서 토지사유제가 귀족제도가 없는 미국에서조차 사실상의 현대판 귀족과 노예를 만들고 있다고 했는데, 귀족 지주들의 독점적 토지 소유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았던 톨스토이에게 헨리 조지의 주장은 큰 감동을 주었을 법하다. 톨스토이는 정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한 해인 1901년 황제 니콜라이 1세에게 토지사유제 폐지에 대한 상소문을 올린다. 상소문의 두 가지 핵심은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토지 사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이다. “첫째 자유에 대한 억압을 폐지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희망하는지 말을 못하게 입을 막아 놓고서 그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토지의 사유제를 폐지해야 합니다. 러시아 민중은 항상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를 폐지해야만 러시아 국민에게 최대의 자유와 행복을 줄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상소문을 잘 알고 지내는 니콜라이 미하일로비치 대공을 통해 황제에게 올렸다. 니콜라이 1세 황제는 이 상소문을 읽고 나서 니콜라이 대공에게, 상소문을 읽었다는 것과 그러나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도록 하라고 톨스토이에게 전달하게 했다. 러시아는 알렉산드르 2세 때인 1861년 농노해방령을 선포해 농노들을 신분상으로 해방시켰으나 토지를 나눠준 것은 아니었으므로 토지문제는 미해결 상태로 그대로 남았다. 과거처럼 토지를 떠날 수 없는 노예와 같은 농민 즉 농노의 신분은 아니지만, 모아놓은 돈이 있을 리 없던 농민들이 살던 곳을 떠나기는 어려웠다. 지주와의 종속관계는 그대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톨스토이의 상소문은 농노해방령이 내려진 지 40년 후의 일이다. 사실상 상소문 속 톨스토이의 토지 사유제 폐지 주장은 헨리 조지의 주장보다 실은 더 앞으로 나간 것이다. 헨리 조지의 토지 사유제에 대한 입장은, 대을 이어 개인이 소유해온 토지를 어느날 국가가 빼앗을 수는 없으므로 그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에 대해서만 국가가 세금으로 모두 회수하자는 것이다.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하고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자는 토지 단일세가 그의 주장의 핵심입니다. 토지 소유로 인해 불로소득이 없도록 해야 부의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대도시의 빌딩주는 토지 위에 건물을 지어놓고 임대수입을 꼬박꼬박 챙길 뿐 아니라 토지값도 계속 올라 점점 더 부자가 되지만, 임차인은 토지 가격이 상승할수록 임대료가 상승해 고통만 가중될 뿐, 건물주와 임차인간의 불균형은 점점 더 커질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토지 가격 상승에 따른 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환수한다면 지가상승 억제 효과로 인해 임차인들의 부담도 줄게 되어 소득균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론으로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톨스토이는 30대 초반인 1861년 유럽에 갔을 때 벨기에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프루동(1809~1865)을 만났다. 프루동은 『소유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불로 소득으로 얻은 재산은 절도한 장물이라는 주장을 폈는데, 톨스토이는 그의 이 말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후 헨리 조지의 영향으로 토지 사유제 폐지를 황제에게 상소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1899년에 나온 톨스토이의 유명한 소설 『부활』에서 주인공 네흘류도프는 지주의 토지 분배, 토지 공유제 등을 주장하는데, 이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계속)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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