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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노토]여행 중 사망한 톨스토이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2/03/16 [13:26]

[여행작가노토]여행 중 사망한 톨스토이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2/03/16 [13:26]

▲ 톨스토이가 임종한 오전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는 레프 톨스토이(옛 아스타포보)역의 시계   © 운영자


부인 소피야와 오랫동안 갈등을 겪었던 러시아의 저명한 작가이자 사상가 톨스토이
(1828~1910)82세 때 가출했다가 열흘만에 시골 간이역에서 객사했다. 기차 여행 중 폐렴 증세로 작은 정거장 아스타포보 역에 내려 역장 관사에서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숨진 아스타포보 역의 역장 관사는 지금 톨스토이 박물관이 되어있다.

 

무작정 가출 후 여행길에 오르다

톨스토이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세계적인 대문호다. 백작이었던 그의 영지와 저택은 모스크바 아래 툴라 지방의 야스나야 폴랴나에 있었다.

그가 숨진 아스타포보역은 그의 영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가출한 남편을 찾아 떠난 부인 소피야를 피해 달아나듯 여행길을 재촉하다가 추운 날씨에 폐렴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는 노년에 들어 자신의 토지를 농민들에게 모두 나눠주고 싶어 했다. 아내 소피야는 재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주면 남은 자식들은 어떻게 되느냐?”며 동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는 갈등이 오랫동안 계속됐다. 막내딸 샤샤 외에 다른 아들딸들도 모두 어머니 편이었다. 톨스토이는 가정 안에서의 불화와 불편함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마침내 19101028일 새벽, 가출을 감행했다.

톨스토이는 이날 소피야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몰래 집을 나왔다. 목적지를 정해두고 떠난 것도 아니었다. 사실상 무작정 가출이었다. 가출 첫날에는 주치의 마코비츠키와 둘이 떠났다. 이틀 후 샤샤와 샤샤의 친구 바르바라가 합류했다.

 

소피야의 자살 소동

소피야는 남편이 가출했다는 것을 알고는 집에서 뛰어나가 영지 호수에 몸을 던지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곧 구출되었다.

그리고 난 후 소피야가 남편을 찾아 떠났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톨스토이는 소피야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급히 마부를 고용해 코젤스크 역으로 향했다. 코젤스크 역에서 볼로보예까지 간 후 여기에서 흑해 인근 로스토프-돈까지 가는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상태가 31일 오후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오후부터 열이 오르고 오한이 들었다. 체온이 38.5도까지 올라갔다. 주치의 마코비츠키는 이 상태로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음 역은 아스타포보였다.

역에 내려 역장 오졸린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는 역장 관사의 방 하나를 톨스토이에게 제공했다. 곧 의사가 달려왔다. 의사는 톨스토이를 진단하고는 그의 병명을 폐렴이라고 기록했다.

 

가출 열흘 만에 영면의 세계로

115일 밤부터 톨스토이의 병세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6일 오후에는 말도 몇 마디 했다. 117, 새벽 2시경부터 심장의 고동이 희미해졌다. 맥박도 약하게 뛰었다. 주치의 마코비츠키가 레프 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의 이름), 물을 좀 마셔봐요하고 톨스토이를 불렀다. 톨스토이는 눈을 뜨고 포도주를 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톨스토이는 오전 65분 숨을 크게 한번 내쉰 후 숨을 멈췄다. 영면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톨스토이가 임종을 맞은 자그마한 관사와 집안의 모든 세간들은 원형 그대로 남겨졌다. 위대한 인물이 마지막으로 머문 아스타포보 역장 관사는 톨스토이를 따르는 이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박물관이 된 역장 관사 밖 작은 공원에는 톨스토이의 흉상이 사각형 기둥모양의 높은 기단 위에 우뚝 서 있다. 레프 톨스토이역으로 이름이 바뀐 옛 아스타포보 역 철로쪽 벽면에는 커다란 둥근 시계가 걸려있는데 언제나 65분이다. 톨스토이가 숨을 거둔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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