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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크라 전쟁 한 달, 종이각서의 비극적 교훈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2/03/24 [13:01]

[칼럼] 우크라 전쟁 한 달, 종이각서의 비극적 교훈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2/03/24 [13:01]

  © 운영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24일로 한 달이 되었다. 224일 러시아군의 불법적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 한 달간 전세계 최대의 관심사였다.

세계 2위의 군사대국 러시아의 침공을 맞은 약소국 우크라이나가 한달 이상 버텨내는 것을 전셰계는 놀라는 눈으로 보고 있다. 당초에는 2~3일이면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곧바로 항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예상외로 잘 싸우고 있다. 동맹이 없으므로 어느 나라도 직접적으로 병력을 보내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북한 등 일부 국가를 빼놓고는 전 셰계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고 있다. 약자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지만 이 전쟁의 불법성과 잔인함, 무모함에 전세계가 공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 첫째 목표라고 한다. 또 러시아가 이미 점령하고 있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인정이 두 번째라고 했다.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병력과 무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인을 무자비하게 살상하고 도시를 파괴하며 수백만의 난민을 발생시키는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이 아니라 강자의 일방적 폭력이다. 약육강식의 제국주의적 사고가 아니라면 제 1,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침략전쟁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전쟁으로 전 세계인들이 다시 한번 명백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국가간의 종이각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 동맹이 없으면 결국 홀로 싸우게 된다는 국제사회의 냉엄함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 핵 폐기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원한다는 1994년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철석같이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탱크를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국과 영국은 각종 경제제재 조치를 서방국가들과 연대해 내놓으면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지만, 병력파견 등 실제적인 군사적 조치는 취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측으로부터 어느 정도 무기지원은 받고 있지만, 홀로 외롭게 싸우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항전의지는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를 당하면서도 한 달 이상 잘 버티고 있고, 수많은 러시아군의 탱크와 장갑차, 전투기, 헬기 등을 파괴 또는 추락시키면서 만만치 않은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쟁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에너지를 비롯, 주요 원자재의 수입선을 다변화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그동안 원전을 거의 폐쇄하고 천연 가스 등 에너지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해 왔다. 결국은 러시아에 볼모로 잡히게 됐음을 이번에 인식했다. 독일 뿐 아니라 러시아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의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가 2021년 겪은 경유차에 넣는 요소수 사태를 기억해야 한다. 그 때까지만해도 일반 국민은 요소수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자 당장 화물차의 운행에 문제가 생겼다. 요소수의 97%를 중국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물류체계에 비상이 걸렸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침체됐던 세계경제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전쟁 직후부터 실시된 서방국가들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는 실제로 국가 부도 상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이기거나 러시아의 푸틴이 마음을 바꿔야 끝나게 되어있다.

히틀러 독재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듯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20년 이상 장기독재의 산물이다. 독재자 앞에서 누가 바른 말을 하겠는가.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는 국제사회에 수치스러운 니리가 됐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나라, 문학의 향기를 꽃피웠던 러시아가 무자비한 침략국가가 된 것은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전쟁이 속히 종식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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