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칼럼] 6월의 노래 ‘비목’, 어떻게 지어졌나

이정식 작가 | 기사입력 2022/06/05 [15:57]

[칼럼] 6월의 노래 ‘비목’, 어떻게 지어졌나

이정식 작가 | 입력 : 2022/06/05 [15:57]

▲ 비목(목비)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1)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2)

 

 해마다 6월이면 가곡 비목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참혹했던 민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의 아픔을 담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3년을 끌었으나 전쟁을 소재로 한 가곡은 종전 후 10여 년이 지나서야 탄생했다.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치열한 전투 중 떨어진 꽃잎처럼 숨진 이름없는 병사의 무덤과 목비(木碑), 그것이 노래 속에서 되살아 났다.

 

 이 노랫말을 쓴 한명희(1939~ ) 선생은 1964ROTC 소위로 임관해 강원도 백암산 인근 최전선에서 근무하다 2년 후 전역해 TBC동양방송의 피디(PD)가 되었다. 서울 음대 국악과 출신이어서 음악부로 발령을 받아 가곡의 오솔길이란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다. 가곡이 충분치 않아 가끔 창작가곡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시나 가사에 곡을 붙이는 작업은 작곡가 장일남(1932~2006) 선생이 전담하다시피 했다. ‘기다리는 마음’(김민부 작시, 장일남 작곡), ‘얼굴’(심봉석 작시, 신귀복 작곡)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을 보인 가곡이다.

 

 어느 날 장일남 선생이 한 PD에게 가사를 한 편 부탁했다. 처음에는 노랫말을 어떻게 짓느냐며 사양했으나 재차 권유하는 바람에 고심 끝에 과거 군대 생활의 경험과 감상을 담은 가사를 짓기 시작했다. 군 시절에 본 초연(硝煙, 화약연기)이 자욱했을 백암산 계곡의 오래된 목비, 궁노루 울음소리 등이 떠올랐다. 그렇게 지어진 가사에 장일남이 곡을 붙였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작사자를 한일무(韓一無)라는 가명으로 했다. 제목은 목비보다 비목이 더 적당하다고 생각해 붙인 것이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명희 선생은 언젠가 필자에게 말했다. 흔히 쓰는 목비라고 했으면 노래 제목으로 맛이 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노래가 작곡된 것은 1968, 처음 연주된 때는 19695월이었다. 당시 서울 시민회관(현재의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 가곡의 밤> 행사 때 소프라노 황영금 교수가 처음 불렀다.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객석에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청중이 많았다. ‘비목이 공전의 히트를 하면서 1979년에는 같은 제목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올들어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보면서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을 새삼 아프게 기억하게 된다. 전쟁은 종전선언따위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