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척인 그곳에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광화문 문화포럼 회원 20여명이 피아노 기증식을 위해 강화도 옆 석모도에 있는 승영중학교에 간 것은 지난 6월 8일. 일행은 오전 11시 30분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세버스에 올랐다. 기증식은 오후 2시.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며 강화대교를 건너고 석모대교를 지나 2시간 만에 학교에 도착했다.
나즈마한 언덕 위의 학교는 학생수 70여명이라는 선입견에 비해서는 작지 않았고 푸른 잔디가 고르게 깔린 운동장 등 교정 전체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광화문 포럼에서 석모도의 승영중학교에 피아노를 기증하게 된 것은 지난 4월 14일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한동일(81) 교수의 광화문 포럼 조찬 강연과 연주가 계기가 됐다. 한 교수는 이 자리에서 석모도 승영중학교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전교생이 73명인 이 학교는 모든 학생이 오케스트라 단원인데 (업라이트)피아노가 너무 오래되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서 그랜드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날 조찬 강연 후 포럼 운영위원회는 한 교수의 좋은 뜻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그같은 취지로 기금 모금을 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회원들에게 알렸다. 공지 후 회원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로 불과 2~3일 만에 자금이 모아졌다. 곧 이어 거의 새것에 가까운 국산 그랜드 피아노(삼익)를 찾아냈고, 한동일 교수께서 직접 쳐보신 후 기부 피아노로 확정했다. .
교직원과 전교생 그리고 마을 대표들이 참석한 기증식에서 광화문 포럼 오지철 회장은 “오늘 기증식은 음악을 사랑하는 승영중학교의 뜨거운 마음이 한동일 교수님과 광화문 포럼 회원들을 움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 학교 노재환 이사장은 “승영중학교는 오케스트라와 태권도와 영어의 앞 글자를 이은 ‘오·태·영’을 모토로 삼고 있다면서 피아노 기증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피아노 기증의 산파역을 한 한동일 교수의 말씀이 있었다.
한 교수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서두를 꺼내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목이 메인 듯했다. 광화문 포럼에서 자신이 한 말이 씨가 되어 이처럼 결실을 맺게 된 데 대해 잠시 감정이 북받쳐 오른 것 같았다. 한 호흡 후 한 교수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구하라 주실 것이요, 찾으라 만날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라는 말씀대로 되었습니다.” 자신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해 주셨다는 일종의 짧은 간증이었다.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이것은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천사는 두 종류로서, 늘 하나님을 보필하는 영구(Permanent) 천사가 있고, 임시(Temporary) 천사가 있는데, 하나님은 필요에 따라 보통 사람도 임시 천사로 사용하신다고 한다. 한 교수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광화문 포럼을 통해 이뤄졌는데, 이 경우 광화문 포럼이 임시 천사 역할을 한 셈.
천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전하고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존재다. 사람은 누구나 천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천사와 야수의 마음이 다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한다. 이는 인간의 마음 속에는 천사의 성품이 더 많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랜드 피아노 한 대 기증한 것을 가지고 천사 이야기까지 비약했지만, 피아노 기증식에 갔던 광화문 포럼 회원들이 훈훈하고 뿌듯했던 것은 승영증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그 순수한 감정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증식 직후 한동일 교수와 제자 이혜은 교수의 슈베르트와 라흐마니노프의 듀엣 곡 연주가 이어졌다. ‘앵콜’이 터져나오자 한 교수는 ‘아리랑’을 연주하는 것으로 작은 기념 음악회를 마무리 지었다.
승영중학교 학생들은 참 인사성도 밝았다. 좋은 교육의 결과라는 생각을 포럼 회원 누구나 똑같이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신갑순 회원의 제안으로 92세의 김성수 전 성공회 주교가 발달장애인들을 돌보는 강화도 길상면의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우리마을’을 돌아보고 김 주교를 뵙고 온 일도 이날의 흐뭇함을 한 가지 더 보탠 것이었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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