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8일, 강제 북송된 북한 어민 두 명을 우리측이 북측에 넘겨주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스틸 사진을 통해 이미 짐작했던 것이지만, 한 사람은 강제로 끌려가다가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머리를 바닥에 찧는 소리도 들렸다.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고 희미하게 처리되어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에 피가 낭자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북으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도살장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짐승을 도살장에 억지로 밀어 넣는 장면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권이 한 짓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그 때나 또 정권이 끝난 지금도 두 사람이 흉악범이기 때문에 강제 북송한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당시 강제 북송을 주도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은 17일 “그들은 희대의 살인마”라며 “나포될 때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애당초 진정성이 없었다”고 북송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문 정권이 해 온 해명과 다르지 않다. 두 사람이 귀순의향서까지 썼는데 진정성 여부를 누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나?
정의용 스스로 그렇게 밝힌 것은 정권적 판단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과연 그들이 희대의 살인마라는 증거를 정의용 씨는 갖고 있는가? 북측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 아닌가. 또 그 행위 자체가 헌법 위반인 점에 대해서는 왜 해명을 하지 못하는가?
지금 이 사건과 관련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서훈 전 안기부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모두 출국해 미국에 머물고 있다. 도피성 외유라고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떳떳하다면 당장 귀국해 조사에 응해야 한다. 당시 문 정권이 저지른 그같은 비인도적 처사는 그들이 살인마여서가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을 그달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시안 정상회담에 참석시키기 위해 두 사람을 북측에 제물로 바친 것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분석일 것이다.
오로지 남북 평화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던 문재인 정권에게는 인권이고 인도적 조치고 뭐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따라서 모든 책임은 문재인에게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정의용은 문재인의 참모였다. 참모는 의견을 내놓을 뿐 결정하지 않는다. 최종 결정권자는 문재인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건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씻지 못할 범죄적 과오를 만천하에 드러낸 끔찍한 사례이다. 문재인이 어떤 변명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어떤 변명으로든 어떤 궤변으로든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가지는 못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