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해외에 나가 어깨를 펴고 다니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 덕이다.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가 불과 6~70년 만에 경제력 세계 10위권의 나라가 되었으니 세계인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다시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를 부러워하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같은 경제 발전에는 당연히 기업들의 기여가 지대했다. 그 공로는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재벌기업은 정경유착으로 부를 쌓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그에 대한 불신 또한 컸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재벌에 대해 과거과 같은 극단적 불신의 분위기는 많이 완화된 감이 있다. 대기업들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대기업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최근 발생한 카카오의 판교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등 카카오 관련 시스템과 설비의 작동 정지와 복구 지연은 그동안 카카오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을 더욱 심화 시키면서 대기업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를 다시 점화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카카오는 그동안 급성장 과정에서 지나치게 돈벌이에만 몰두해 미용실, 꽃꽂이집 등에까지 촉수를 뻗쳐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문어발식으로 계열사을 134개나 되도록 확장한 후 쪼개기 상장으로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등 부정적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카카오 페이의 경우 지난 1월까지 대표였던 류 모 씨를 비롯, 경영진 8명이 카카오 페이 상장 한 달 만인 지난해 12월 자기들의 주식을 모두 매각해 각각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챙겼다.
경영진이 상장 직후 주가가 치솟을 때 주식을 팔아 거액을 챙긴 행위는 도덕성 해이 정도가 아니라 주주들을 등친 야바위 짓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작전세력과 무엇이 다른가. 그날 이후 카카오 페이의 주가는 급락해 당일 19만 6천원이었던 주가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 열달이 지난 10월 26일의 종가는 33850원이다. 경영진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그날에 비해 17%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손실률이 –83%이니 투자액을 거의 날린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카카오 본주도 지난 1년간 수익률이 –61.8%로 반토막 훨씬 아래로 떨어졌고, 카카오뱅크도 –71.9%로,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지난 1년간 삼성전자의 주가도 –20.5% 떨어지긴 했지만, 카카오와 계열사의 주가 추락은 그 두 배, 세 배 이상이므로, 참담하게 폭락한 케이스다. 그렇게 된 주된 이유는 부도덕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쪼개기 상장의 후유증이다.
지난 연초, 엘지화학의 엘지에너지 솔루션 쪼개기 상장 후 엘지화학의 주가가 계속 떨어졌을 때도 쪼개기 상장 즉 물적 분할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었다. 물적 분할이란 결국 핵심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져 본주 주가의 하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들이 그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물적분할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로 인한 이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아직도 그러한 유혹에 미련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카카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화재 사건 후 대표에서 사임한 카카오의 남궁훈 대표는 ‘회사가 그동안 매출과 영업 이익만 중시했다“고 실토했다.
기업이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대기업이 지나치게 이윤추구에만 집착해 주변의 중소 상인들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골목상권마저 해치고, 마구잡이 쪼개기 상장으로 개미들로 불리는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며, 또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행위 등은 결국 기업의 성장과 신뢰를 저해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카카오는, 대오각성해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하루 아침에 버림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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