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협상 결렬후 안전운임제 폐지 거론…노정 '강대강' 격화일로정부-화물연대 2차 협상, 고성끝 40분만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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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7일째를 맞은 화물연대와 정부가 두 번째로 마주 앉았지만 고성이 오간 끝에 협상은 결렬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실상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가보조금 지급 제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 더해 안전운임제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경고하며 대응 수위를 한껏 높였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를 해야할 곳은 정부와 국회"라고 반발했다.
◇ 돌아선 노·정…원희룡 "이런식 대화 안하는 게 낫다"
30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총파업 시작 후 두 번째로 만났다.
양측 모두 협상 진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협상 1시간 전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직접 나선 원희룡 장관은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원 장관은 "협상이라는 것은 없다"며 용어에서부터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상황 해결을 위한 대화에 임하는 것일 뿐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화물연대를 향해선 "국토부와의 면담에서 진전이 없어 운송 거부를 한다는 식으로 억지 명분 만들기를 하지 말라"며 "화물연대 요구 사안에 대해선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통해 논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의 대화는 시작한 지 40분 만에 '예고된' 결렬을 맞았다.
국토부 대표로 참여한 구헌상 물류정책관이 먼저 회의장 밖으로 나와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집단운송거부를 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에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갖고 나갔으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의 이야기에 대화를 더이상 이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국토부가) 빨리 복귀하라, 국회에서 해결하라는 말만 강조했다"면서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권한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 대화를 이어가달라"고 촉구했다.
양측은 다음 협상 날짜도 잡지 못했다.
협상 결렬 이후 원 장관은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사실상의 중단을 선언했다.
◇ "업무개시명령 확대·유가보조금 중단 검토"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사상 처음으로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정유, 철강, 컨테이너 등 다른 품목으로까지 명령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송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유가보조금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유가보조금은 화물 운송에 정당한 기여를 할 경우 제공되는 국가보조금"이라며 "걸핏하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운송을 거부하는 화물연대에 보조금을 줄 근거가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업무개시명령은 가처분 대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를 향해 "가처분 신청하려면 하라"며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 국민들도 빨리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주 445명에겐 운송사 등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냈고, 이 중 165명에게는 우편으로 명령서 송달을 마쳤다.
대통령실은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 사업자의 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도인데, 정말 안전을 보장해주고 있는지 전면 실태조사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 시멘트 출하량 늘었지만…건설현장 59% '스톱'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의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의 5%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25∼30%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42% 수준까지 높아졌다.
국토부는 부산항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7일 평시 대비 18%까지 뚝 떨어졌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69%로 회복됐다.
다만 광양항과 평택·당진항, 울산항의 반출입량은 계속해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 횟수는 이날 1천731회로 하루 사이 2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 운송량(4만5천t)도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레미콘의 경우 생산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다. 이날 기준으로 평시의 7.3%만 생산돼 전국 1천143개 건설 현장 중 59%(674개)가 멈춰선 원인이 됐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운송거부 참여자가 일부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화물연대의 여러 위협 행위에 겁을 먹고 운송을 하지 못했던 비조합원들이 업무개시명령 이후 참여하면서 효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 이후 집회에 나서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줄고 있지는 않다.
이날 정부가 파악한 집회 참여 조합원은 6천500명(전체의 30%)으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