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의 국회 통과는 대한민국이 건전한 사회로 건너가는 다리를 건설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싹트는 일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을 들은 지 반세기 만에 만연한 부패의 넝쿨을 자르는 획기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정치는 물론, 도덕과 종교도 청소하지 못한 더럽고 해로운 독소를 세밀한 법으로 막고 다스려나가는 첫 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김영란법이 만능의 병기는 아니다. 그러나 이 법이 만들어진 그 자체가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고, 그 존재 자체가 예방의 깃발로 보여 든든하다. 법의 대상자뿐 아니라 온 사회에 맑고 깨끗한 큰 물줄기를 트는 느낌을 준다. 그동안 약한 국민들이 당한 설음과 좌절이 어떠했는가를 돌아보면 시민들의 소회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허가를 둘러싼 관리들의 갑질은 얼마나 거칠었고, 재판과정에서 판.검사들의 횡포는 얼마나 교묘했으며, 세무현장의 뒷거래와 촌지받는 교사들의 일그러진 표정, 장군 진급의 불공정과 납품비리, 빽(배경)과 돈의 위력 등등 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작태가 사회를 얼마나 깊이 좀먹고 있었던가. 또 그러한 부조리가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혼탁하게한 책임이 얼마나 큰가. 김영란법의 처리리과정에서 국회의 미숙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3년 이상이나 끌어온 법안이 여야협상에서 걸러지고 정무위와 법사위도 거쳐 본회의의 심의를 통과하면서도 그 많은 문제점을 간과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정쟁이나 일삼고, 득표에만 열중했다는 증거다. 국회 전문위원과 의원보자관들도 직무유기를 했다. 기본권에서의 헌법에 위배될 소지와 형법과의 충돌요소, 대상의 형평성 등이 지적되고 있다. 또 유예기간을 두고 빠져나갈 여지를 뒀다고 의원들의 보신 의도가 비난받는다. 서비스 업종의 위축을 우려하기도 한다. 개정과 보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과 절차법의 제정, 시행령을 통해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련자들로부터 다소의 저항이 있더라도 법의 기본 취지에서는 조금도 후퇴하면 안된다. 오히려 시민단체나 대기업 등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한 권력의 횡포를 막기 위한 장치를 추가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민주주의 법철학에 맞게 혹 불순한 목적의 사법권 행사나 법의 남용이 자행되지 않도록 방어적 규정을 명문화 하는 작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영란법의 정신은 부패를 척결하고 선진사회를 이룩하라는 시대정신의 한 결실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요구의 결실이기도 하다. 누구도 이 엄숙한 흐름을 거역할 수 없다. 어떤 집단 이기주의도, 어떤 불순한 이해도 끼어들 틈이 없다. 만일 그러한 조짐이 들어나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나 언론이나 전문가들이나 단체들이나 모두 소소한 문제점에 천착해 사회의 대의를 거스리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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