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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회동에서 보이지 않은 경륜과 비젼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3/18 [19:34]

청와대 회동에서 보이지 않은 경륜과 비젼

송장길 / 수필가, 칼럼니스트 | 입력 : 2015/03/18 [19:34]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17일 청와대 회담은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정치적으로 날카롭게 대립했던 과거 사례와 달리 나라의 현안들을 주로 다뤘다는 점과 크게 충돌하지 않았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호감을 주었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의 여야 합의된 기한 내 처리와 서비스 산업 관련 입법, 연말정산, 최저임금 등에  원칙적인 의견을 모은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지역편중인사에 대한 지적과 법인세와 경제민주화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이견이 있었더라도 유익한 대화였다.

또 대통령이 미리 회담장에서 기다려준 배려와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정치권을 존중하려는 자세여서 성숙함이 엿보인다. 야당대표도 공세가 없지는 않았지만 수위를 조절한 듯하여 만남이 부드러워지는데 일조했다고 분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다소 유화적인 회동은 끊임없이 제기된 대통령의 소통부족과 야당의 지나친 공격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을 의식한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상생과 화해의 몸짓이 난마처럼 얽힌 정치지형에서 어떻게 발전할지는 예단키 어렵지만, 한국정치의 건설적인 발전을 위해서 일단은 바람직한 징후임에는 틀림없다. 최고위 지도자들의 행보인 만큼 앞으로도 자주 만나 정국의 경색을 막고, 그런 분위기의 선순환과 파급효과가 국정 전반에 퍼지기를 기대하게 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자, 정치인 자신들의 갈 길이다.

회담의 기록을 세세히 들여다 보면서 아쉬운 점은 국정의 방향과 국가의 미래를 설정하는 최고지도자들의 모임에서 지도자들다운 경륜과 비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경제와 민생을 위해 정책의 조속한 처리와 최저임금, 연말정산의 금액설정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원칙적인 방향을 합의해 내각과 정당에 맡기면 되고, 원내대표들의 협상을 거쳐 국회에서 심의하면 된다. 최고위층이 할 일과 휘하의 라인과 참모들이 할 일은 다르다. 이미 정부가 부인한 흡수통일론이나 기념식의 제창곡까지 논의하기에는 더 큰 의제를 위해서 시간이 아까웠다.

대통령의 중동순방설명 외에 국정 전반에 관해 2시간 가까이 국가수반과 여야 영수가 모처럼 회담했다면 당연히 국가가 처한 엄중한 상황과 대처방법, 미래에 대한 포석에 관해 가슴을 열고 진지하면서도 깊고 긴 안목으로 심도있게 논의했어야 했다. 소아적인 입장이 아니라 대국적인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모든 경륜을 동원해 뜨겁게 논의한 흔적이 보이지 않으면 국민은 감동을 받지 못한다. 하나의 정치 쇼로만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사드의 배치와 AIIB, TPP가입문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의 생존전략, 속도가 붙는 핵개발 등 남북문제, 청년실업과 소득격차 등에 불안해 하고 있고, 그에 대해 정치가 지혜를 모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지도자의 책무이고, 선출해준 국민들의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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